"살은 빼고 싶은데 먹을 만큼 먹고 귀찮은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살을 뺄 수 있을까?"이런 바람 때문에 살 빼는 약을 오남용해서 자신의 몸을 망치는 사람들이 발견하게 된다.
K양(22세). 과체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하다가 인터넷에서 살 빼는 약을 접하고 웹페이지를 단숨에 읽어 나갔다.
인터넷에서는 약을 사는 법, 먹는 법, 부작용이 나열돼 있었고, 다음 날에는 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몇 가지 다른 약들이 섞인 약을 아침마다 먹은 K양은 밥을 먹을 때 배고픔이 없어지고 밥맛도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을 놓게 됐고 살이 빠지는 것 같아 만족했다.
12주를 넘기고 가뜩이나 생리 때여서 몸이 좋지 않았던 K양은 빠진 몸무게를 재러 체중계에 올라 눈금을 확인하던 중, 어지러움이 심해 쓰러졌고 결국 응급실을 찾게 됐다.
오히려 이 경우는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다. 더 심한 부작용 등을 겪기 전에 살 빼는 약을 끊을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살 빼는 약을 맹신하여 장기 복용한다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살 빼는 약을 보조 용법으로 사용하고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약의 복용을 중단하면 약으로 조절되던 효과가 사라지므로 다시 이전 체중으로 복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식욕억제제, 내 몸을 속여라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우리 몸은 배가 고프지 않거나 혹은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음식을 더 적게 먹을 수 있는 것.
식욕억제제는 뇌에 작용하여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이러면 체내 지방이 증가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랩틴의 양이 증가한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먹은 것과 같은 효과를 느끼게 되어 식욕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몸을 속일 수 있는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식욕억제제는 습관성 또는 중독성이 있어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향정신성 약제이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식욕억제제로 흔히 사용되는 시부트라민 성분의 리덕틸의 경우 약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3개월까지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이 없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6개월까지 사용되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는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남용과 습관성이 문제된다"며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혈압 상승, 흥분, 메슥거림, 어지러움 등이 수반되며 심하면 불안과 우울증이 야기돼 심각한 사회적 기능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로 말했다.
이어 오교수는 "식욕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항우울제 등의 다른 약과 복합적으로 섞어 먹는 것"이라며 "서로 다른 약들이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지방분해효소억제제, 흡수없이 통과시켜식욕억제제와 다르게 지방분해효소억제제는 지방의 섭취를 방해한다. 음식을 먹어도 위와 장에서 지방이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것이다.
지방분해효소억제제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제니칼이 있다. 식욕억제제의 경우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허가되지 않는 반면, 제니칼은 12세 이상 청소년도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다. 복용 기간도 식욕억제제보다 더 길다.
지방분해효소억제제도 부작용이 존재한다. 음식에 포함된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변에 섞여 배출되는 지방변이 대표적이다.
지방으로 인해 변기에 뜬 변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있으나 그 자체로 심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변실금이나 변비가 발생하는 경우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복용자의 30% 정도는 위장관계 부작용도 경험한다. 증상이 매우 심한 것은 아니고 과식했을 경우 느끼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정도' 또는 '더부룩한 느낌'의 불쾌감을 겪게 된다.
◇유사 살 빼기 약살 빼는 약이 아닌데도 살이 빠지는 부작용(?)이 있는 약들이 있다. 세트로닌 성분의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이나 인슐린을 분비하는 당뇨 치료제 메트로민 등이다. 또한 감기약이 사용되기도 한다.
가천의대길병원 이규래 교수는 "항우울제 등의 체중 감량이 부수적으로 되는 일부 약들은 기간이 넘어가면 효과가 적어지거나 없어진다"라며 "이런 약에 중독이 돼서 심한 경우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살 빼는 약을 잘못 사용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식약청은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지난 11일 '살 빼는 약, 바로 알고 복용하세요!' 책자를 발간했다.
책자에 따르면, 임신 및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태아 또는 아기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절대 살 빼는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철민기자 todaypark@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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