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글 쭉 보다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코성형이 제일 말도 많고 탈도 많네
나는 코 성형 13년차인데.. 여기서 글 보다보니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서 쭉 써볼게
좀 길어지는 것 같아서.. 논지는 이거야
1. 성형 재료는 유행을 탄다. (즉, 자가늑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니까 맹신하지 말기.)
2. 예쁜 것보단 자연스러운 게 더 롱런한다. (미의 기준은 바뀌므로)
3. 성형 목표는 ‘콤플렉스 개선’ 정도로 잡는 게 좋다
<지금부터 구구절절함 주의>
1. 재료
난 실리콘 + 비중격 연골을 사용했어.
지금은 자가늑이 대세인 것 같은데, 13년 전만 하더라도 늑연골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았거든
(약간 괴담처럼 비중격이랑 귀연골 양쪽 다 쓴 후에 재수술하면 갈비뼈에서 연골 뽑는대..! 라는 소문이 도는 정도)
당시에 쓰지 말라는 재료는 고어텍스, 매드포어 정도였고, 실리콘이 제일 안전하다는게 정설이었어
이런거보면 성형 재료도 유행을 타나봐.
물론 경험적으로 실리콘보다 늑연골이 나으니까 유행하는 거 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안전한 것 같진 않아.
한 십여년후엔 요즘 누가 늑연골 쓰냐 위험하게.. 라는 얘기가 나올수도 있다는 거지
ㅇㅇ재료니까 안전하다, 이런 얘기는 믿을 게 못되는 것 같아
2. 수술 전
수술 전 내 코는 엄청 낮고 퍼진 복코였어
당연히 수술 목표는 복코 개선이었고, 복코 성형으로 유명한 병원만 10개쯤 찾아갔던 것 같아
의사마다 수술 방향성이 달랐는데
최종적으로 고민한 두 곳은 스타일이 많이 달랐어
A성형외과는 실리콘 넣고 + 코 끝 연골 묶고 + 코끝 지방 제거하고 +콧볼 축소를 하자고 했었고
B성형외과는 실리콘 넣기랑 코 끝 연골 묶기만 하자고 했었어.
코가 높아지면 콧볼이 당겨지면서 자연스럽게 너비가 줄어들 거고, 내 얼굴 너비에 비해 콧볼이 크진 않으니까 굳이 콧볼축소는 하지 말자고 했어. 흉터도 많이 남는다고..
나는 B를 선택했어. 왜냐하면 B가 조금 더 저렴했고(ㅋㅋ) 뭔가 수술을 덜 권하는 것 같아서 양심적이라고 느꼈었거든
3. 수술 후
처음엔 너무 신기했어. 코가 이렇게 높아졌다고..?! 싶었거든
복코는 사실 완벽하게 개선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어
근데.. 이 잔붓기라는게 생각보다 오래가는 거더라고?
한 1~2년쯤 지나니까 높이도 초반 높이랑은 다르고, 코끝 연골은 묶은게 풀린건지 초반의 얄쌍한 느낌은 사라졌어
즉 난 여전히 복코라는거지. 좀 높아진 복코ㅋㅋㅋ
4. 망한 걸까?
음..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물론 얄쌍하고 예쁜 코 좋지.. 그런 코 보면 부럽긴 해
근데 그 예쁜 코가 내 얼굴에 잘 맞을까? 를 생각해보면 그건 잘 모르겠어
사실 지금은 중안부 길이에 대한 논의가 되게 활발하잖아?
이 개념을 빌려쓰면 난 중안부가 꽤 긴 편이야
근데 복코가 중안부 길이를 좀 보완해주거든
만약 코가 얄쌍했다면 얼굴이 되게 길어 보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는 중안부라는 개념도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선택이었던 같아(얻어걸렸지만)
게다가 지금 코는 특별히 예쁘진 않지만, 대신 자연스러워서 아무도 내가 성형한 줄 몰라. (오히려 눈이나 턱을 물어봄. 안했는데..)
사실 가끔은 ‘돈 들여서 이 코면 좀 아깝지 않나?’ 싶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자연스러우니까 나름 괜찮은 결과인 것 같아. 일단 부작용도 없고!
5. 예쁨 vs 자연스러움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아름다워보이는 외모, 유행하는 외모가 미의 절대적인 기준인 것 같지만
사실 미의 기준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
내가 성형에 제일 관심이 많았던 2008년~2012년 쯤을 생각해보면
그땐 브이라인이 미의 기준이었고, 다들 그게 예쁘다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 보면 그땐 다들 개턱처럼 깎아놨던 거야ㅋㅋ
그러니까 지금 예뻐 보이는 것도 10년 후엔 ‘좀 과한데?’ 소리 들을 수도 있거든.
근데 자연스러움은 상대적으로 유행을 덜 타는 편이야.
우리가 5년에 한번씩 얼굴을 갈아 끼울 수 있는게 아니니까, 유행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면 좋겠어.
이렇게 말하면 "유행은 모르겠고, 난 20대에만 예쁘면 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 같은데..
아닙니다. 30대에도, 40대에도, 60대에도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해..ㅜㅜ
6. 성형의 기대효과에 대해
사실 나도 복코 개선효과가 별로 없어서 재수술을 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
근데 막상 또 손대려니까 부작용이 걱정됐고,
뭐.. 예전보단 나으니까, 굳이.. 라는 생각으로 안했거든
원래 무던한 성격이기도 하고, 눈썰미가 막 그렇게 대단히 좋은게 아니라섴ㅋㅋㅋㅋ
지금 코도 뜯어보면 당연히 부족하지만
콤플렉스가 개선됐다는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 같아
그리고 인기글이나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면서 느끼는건데
사실 망했다는 후기 중에서는 "안 망했고, 괜찮은데...?" 싶은 것도 많고,
성형 전에도 충분히 예뻐서 굳이 왜 수술했지..? 싶은 것도 많더라고
특히 코 성형 재수술이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부작용도 부작용이지만) 원하는 만큼 안예쁘게 안나와서, 더 예뻐지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근데 어떤 수술이든.. 여러번 해서 몸에 좋을 건 하나도 없잖아.
재수술이 왜 비싸겠어.. 어려우니까 비싸겠지. 왜 어렵겠어.. 실패 확률이 더 높고, 더 위험하니까 어려운거지.
그런 의미에서 ‘예뻐지겠다!’보단
"지금보다만 나아졌으면 좋겠다, 콤플렉스를 조금 줄이자" 정도로 기대치를 낮추면 사실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아
너무 길어서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ㅋㅋㅋ
성형 커뮤니티다 보니까 아무래도 10대, 20대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십몇년 후에 쓴 후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구구절절 써봤어
하나 희망적인 얘기를 하면
코 성형은 100% 부작용온다고 하잖아. 근데 그렇진 않은 것 같아
부작용이 있는 사람은 성형 커뮤니티에 계속 드나들면서 글을 쓰니까 과다표집되는 거고
그냥 별 탈 없이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성형 커뮤니티에 들어오질 않거든(나도 그랬고)
코 성형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도 안되지만
과도한 공포화도 좀 있는 것 같긴 해
뭐라고 마무리해야 할 지 모르겠네
다들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