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는 낮으면서 긴코임
4~5살쯤 계단 올라가다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코를 박았는데 그때 몇바늘 꿰맸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체감상 의사놈 마취 안했던거 같음
수술 내내 고통에 몸부림 쳤다.
암튼 내 코가 낮은 이유는 그게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어
절대로 아버지 코가 낮아서 그런건 아닐거야
암튼 미리 말하자면 나는 좀 무식한놈임
성형외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거 귀찮아서 걍 지인 추천 받고 거기서 수술하기로 함
수술 날짜는 다가왔지만 워낙 생각없이 사는놈이라
수술대 올라갈때까지 긴장이고 뭐고 그런거 없이 실실대면서 마취 당했던걸로 기억남
수술대는 차가웠고 뭔 모포같은걸로 몸 덮어주는데 간호사눈나 손길이 따스해서 좋았다만
수술대에 손발을 묶고... 콧털 뽑는다고 휙휙 뽑는데 신기하게 아프진 않았음
간호사 눈나가 실수로 내 살을 꼬집기 전까지는 ㅋㅋㅋ
집에서 출발할때 립밤을 안챙겼는데 꼭 챙겨가길 바래
당연히 코수술이니까 입은 안건드리겠지 하고 안챙겼는데 얼굴은 기본이요 입술, 귀까지 알콜 오지게 칠하더라.
입술의 립밤이 지워지는걸 느끼며 아.. 집에갈때 겁나 땡기겠네... 생각하던중 마취약이 들어와서 궳! 소리 내면서 기절함.
그것도 잠시...
원장님과 간호사가 나를 겁나게 깨우기 시작함
'오옷! 벌써 끝난건가?!' 는 개뿔 비몽사몽해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요런 상태인데 내 얼굴에는 아직 천이 씌워져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다가 느낌상 내 코는 찢기고 있는거 같고
슬슬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함
몇년전에 어웨이크였나 리턴이였나 수술중 각성이라고.. 수술 중간에 깨어나서 비명지르던 씬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내가 그건가? 같은 온갖 잡생각이 떠오르길래
일단 내 상태를 알려야겠다 싶어서
끼야아아악! 하고 비명 지름
원장님 왈
"숨을 안쉬어서 우선 깨웠어요"
아하하 차라리 깨우지 마시지 차라리 죽이시지 아하하하하하하
본인은 원래 옆으로 누워 자던 사람이였음..
정면으로 누워자면 ㄹㅇ 숨 못쉴때 있긴 있었따..
암튼 너무 차분하게 말씀하시면서 그라인더 같은걸로 내 오른쪽 귀 뒤쪽을 자르던데
이상하게 나도 차분하게
'아하~ 이거 귀에서 연골빼는거구나 우와앙~~~'
마취가되서 그런지 엄청 아프진 않고 걍 참을만한 정도로 수술이 진행됨
비몽사몽하긴 했지만 사고는 명확히 할수있는 상태였어
일단 숨좀 오지게 쉬고싶은데 침이 안넘어가서 좀 힘들긴했따
입이 엄청나게 말라있더라구 ㅠㅠ
그렇게 내 안면을 헤집는 경험을 당하고(?) 있다보니
'이거 나름 신박한 경험인데?' 라고 생각할 즈음 다시 마취 시키는지
궳! 하면서 다시 기절함.
그 후 두번째로 깨우는데 이때는 너무 잘자고 있던때라 잠결에 욕할뻔 ;;
이번에는 진짜 수술이 끝나서 아까 일어났던 일은 모두 용서하기로함
마취 끝나고 깨면 헛소리하는 사람들은 몇번 봐서
나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겠다고 몇번을 맹세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했기에
"환자분 일어나실게요~"
"카레에 당근 빼주세요"
"네?"
난 대체 무슨 꿈을 꾼거지?
그렇게 회복실에서 10분정도 누워있다가 주의사항 듣고 집에감
집에와서 후기 영상같은거 몇개 보긴 했는데 어떤 사람은 3일동안 입원한사람도 있고
호흡기? 같은걸 착용하고 수술한사람도 있던데 호흡기 안끼고 한게 신의 한수인거 같다.
그 사람들 하나 같이 하는말이 수술 끝나고나니 목이 찢어질듯 아팠다는데 나는 목 완전 멀쩡했음
대신 안면이 헤집히는 경험을 해야했지만 ;;
병원에서 다음날에 한번 방문하라고해서 걍 지하철 타고가는데 사람들이 나만 보는 느낌임
그 느낌은 마치 첫사랑 생각이 나게했음
그녀는 숙대였는데 학교앞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들이키면서 차도남 행세 하고있었음
근데 갑자기 날 끌고 학교 식당으로 데려가는거임.
세상에 남자는 나혼자만 남겨진게 이런느낌이였을까?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머플러에 거북이마냥 얼굴 파뭍고 쫄래쫄래 따라갔던 기억.
하.. 잘 살고있니?.. 나 가끔 니생각해..
암튼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음
'나 보지마라... 눈 마주치면 죽는다 진짜...'
아 너무 부끄러웡..
병원에 도착하니
"코 불편하면 거즈 뽑아드릴까요?"
그때 뇌 풀가동함
'음 분명 지금 뽑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거기다가 수술 다음날 뽑으면 분명 눈물나게 아프겠지? 다른 사람들처럼 3일차에 뽑는다고 해야겠다.'
"아뇨 지금 충분히 괜찮아요"
"음? 그거 엄청 불편할텐데~?"
"아뇨 코가 꽉찬 느낌이라 충만감이 훌륭합니다"
완벽한 대답이였다.
그날 나는 왕복 2시간을 걸려서 도착한 병원에서 붓기 관리만 받고 집으로옴
그리고 어제 거즈 뽑았다.
병원에 도착하니까 우선 코끝에 테이프를 제거했는데
자동으로 녹는 실밥이 코끝 테이프에 붙어있어서
"환자분 우선 테이프부터 뗄게요~"
"갸아아악!"
"어머!"
테이프 떼면서 실밥도 같이 제거됐는데 이때 눈물 핑 돌았음
사나이 인생 고작 이딴일에 눈물을 보이다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거즈빼는건 안아플 자신이 있었다.
나는 3일차에 뽑는게 아니라 4일차에 뽑는거였기 때문이여따.
"환자분 이제 거즈 뽑을게요~"
"갸아아악!"
"어머!"
"갸아아악!"
"어머!"
왜 인간의 콧구멍은 두개인걸까?
간호사 눈나가 능숙하게 쉴틈없이 뽑은건 좋은데..
누군가 그랬거든
코로 뇌를 뽑아내는 고통이라고...
와.. 나는 영혼이 딸려나가는 고통이던데?
처음 테이프 뗄때 눈물이 고였다면 이거 두개 떼면서 눈물이 흘렀음
사나이가 고작 이런일에 눈물을 흘리다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였다.
"환자분 이제 소독할게요~"
"갸아아악!"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들었던거 같다.
그리고 이제 코로 숨을 쉬어보라는데 너무 아파서 엄두가 안났음 거의 울었던거 같다
일단 숨은 됐고 붓기 관리 끝나고 나니까 슬슬 숨 쉴만했는데.
나의 고통은 보람이 있었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였음
아직 코에 보호대였나 암튼 그거 차고있지만 모든 고통을 감내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이말임!
그래서 집에 가는길에 나는 더 이상 거북이마냥 숙이지 않고 고개를 똑바로 들며 걸어갔음
나랑 눈 마주치는 사람마다 '낄낄 너희는 이런 고통 모르징?! 이거 댑따 아푸당~' 생각하면서 걸었던거 같음
근데 지하철 개찰구 지나가다보면 거울 같은게 보이잖아?
자랑스러운 내 얼굴을 한번 보고자 거울 앞에 섰는데
아까 눈물을 하도 흘려서 눈이 퉁퉁 불고 시뻘겋게 충혈되어있는데
저딴 얼굴을 쳐올리고 당당하게 사람들이랑 눈 마주치면서 걸었던거임
아 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