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cm 85kg 고도비만일 때도 매일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해주는 자존감 지킴이 남자친구가 있어서 난 정말 내가 예쁜 줄 알았어.
연애 3년차 되가던 무렵 슬슬 취준에 결혼 얘기가 나오고나니 새삼 내가 너무 뚱뚱한 거야. 그래서 9달간 식단, 유산소, 홈트 해가면서 골격근량 거의 유지하고 27kg을 감량했어.
58kg, 사실 아직도 과체중이고, 체지방률도 높아서 동일 키몸 사람들 대비 더 통통해 보이기도 해. 목표 몸무게는 아직 9kg을 더 감량해야 하지만, 처음엔 나름대로 엄청 만족했어.
옛날엔 무조건 빅사이즈 쇼핑몰에서 2XL 정도만 샀는데 이제 아무 옷가게 들어가서 S 입어도 (타이트하긴 하지만) 들어가고, 살 빠지니까 살에 묻혀있던 쌍커풀도 더 진해지고, 코도 높아보이고, 정말 행복했거든.
근데… 살에 묻혀있던 얼굴 윤곽도 드러나는 거 있지. 그렇게 내가 옆볼이 패인 땅콩형 얼굴이라는 걸 알게 됐고, 매일 같이 필러/윤곽 정보 찾아보다 보니 점점 외모 정병이 오네.
이마가 조금만 더 볼록했더라면, 쌍커풀이 조금만 더 진했더라면, 몽고주름이 없었더라면, 애교살이 조금 더 통통했더라면, 코끝이 조금만 날렵했더라면, 콧볼이 조금 더 좁았더라면, 입술이 조금만 더 통통했더라면, 입꼬리가 조금만 더 올라갔더라면…
진짜 끝도 없지? 외모 정병 초기에는 거울 보면서 어디를 고치면 더 나아질까 고민했는데, 일주째인 이제는 거울 꼴도 보기 싫고, 매일 이불 뒤집어쓰고 운다. 매일 성형 후기 찾아보고, 이제는 유튜브 성형 컨텐츠에서 안 본 걸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네.
아까는 어찌나 펑펑 울었던지 베개 절반이 다 젖었더라고. 남자친구는 나한테 뚱뚱할 때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쁘니까 그런 생각 말라고 계속 진심을 담은 위로를 해주긴 해.
근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 있지. 차라리 뚱뚱하더라도 나 자신을 사랑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때는 '내가 뚱뚱해서 그렇지 얼마나 예쁜데!' 하는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자신감도 넘쳐흐르고 생기발랄했는데. 이제는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나만 남았어.
물론 그렇다고 다시 살을 찌우진 않을 거야. 내 외모의 문제점을 한 번 깨달았으니 못생겼으면 날씬하기라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취뽀하는대로 하나씩 고쳐보려고.
나한테 못생겼다고 지적한 사람이 여태 아무도 없었기에 이건 오롯이 나만의 문제겠지. 그리고 나는 이 모든걸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아니 사실 원하는대로 뜯어고쳐도 이 정병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 답도 없고 위로도 안먹힐 고구마 천개 먹은듯한 횡설수설 글 읽어줘서 고마워. 그냥 어디에든 속 시원하게 중얼거리고 싶었어.
다들 제발 나처럼 정병 걸리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줘. 내 몫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