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폐가 딱딱하게 굳은 중증의 50대 여성 환자에 대한 폐이식이 국내 처음으로 이뤄졌다. 세계에선 9번째다. 코로나19 환자로 세계 최장인 4개월 가까이 인공심폐장치 ‘에크모(ECMO)’를 장착했던 이 환자는 성공적으로 회복 중이다.
이 사례는 특히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환자도 ‘폐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 폐이식까지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경각심을 던져준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지적이다.
한림대평촌성심병원은 지난달 21일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고 2일 밝혔다. 해당 환자는 지난 2월 29일 중증의 코로나19로 후송돼 중환자병동 음압격리실로 입원했다. 의식은 있었으나 산소마스크를 꼈음에도 산소 농도가 88% 아래로 떨어져 불안정한 상태였다. 입원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음에도 혈압과 산소 농도가 나아지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초기 치료로 항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과 에이즈약인 칼레트라를 사용했고 항염증 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입원 다음날부터는 에크모를 달아 폐 기능을 대신해야 했다. 에크모는 환자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는 장치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상이 아닐 때 심폐 기능을 보조해 생명을 유지해준다.
환자는 3월 초 한 번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이후 줄곧 음성이 나왔다. 격리 2개월 만에 최종 음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만 사라졌을 뿐 폐섬유화 속도가 빨라져 폐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에크모를 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폐이식을 결정했다. 젊고 건강했던 환자가 코로나19로 순식간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환자는 폐이식 전날인 지난달 20일까지 112일간 에크모 치료를 받았다. 4개월 가까운 에크모 장착은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세계 최장 기록이다.
폐이식은 20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진행됐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병원 에크모센터장 흉부외과 김형수 교수는 “감염된 폐를 떼어낼 때 보니 크기도 작아져 있었고 마치 돌덩이처럼 딱딱한 느낌이었다”며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환자도 자칫 폐이식까지 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에크모 치료를 오랫동안 받은 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크다. 근육 위축이 올 수 있어 주기적으로 근육 운동을 해야 하고 폐이식 후에도 자가호흡이 안되면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공률 90% 정도인 심장이나 간 이식보다 폐이식은 난도가 높아 성공률이 70% 정도다. 에크모 환자는 50%까지 떨어진다. 폐는 숨을 쉴 때마다 공기에 노출되는 외부와 연결된 장기로 그만큼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회복 중인 이 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코로나19 감염을 감기처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생사를 오갈 수 있는 큰 병이라고 생각해 조심해야 한다”며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할 때는 몰랐다”며 의료진에게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환자는 현재 스스로 호흡하고 앉아서 식사하며 하지 근력을 키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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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5820&code=11132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