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 요도, 자궁, 직장처럼 골반 안쪽에 있는 장기는 골반저근육(골반기저근, 골반바닥근)이 받치고 있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안쪽 장기들이 점점 내려와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배변이 불편해지는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긴다. 예전엔 고령층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선 필라테스 같은 복부 운동 등의 영향으로 40, 50대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골반장기탈출증 환자는 2020년 2만5,031명에서 지난해 2만9,415명으로 1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 50대 여성 환자는 10% 가까이 늘었다.
과거엔 이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출산·노화에 따른 골반저근육과 인대의 약화가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업 활동, 과도한 복부 근력 운동, 필라테스처럼 복압을 높이는 운동 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젊은 여성층에서도 발병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하복부 묵직함 △질 압박감 △배뇨 후 잔뇨감 △변비나 배변 곤란 등이 나타나지만, 단순 피로나 일상적 증상으로 오인하기 쉬워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심해지면 앉거나 오래 서 있을 때 불편이 커지고, 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복부 불편이나 배뇨·배변 곤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계속 심해질 때, 질 내부에 이물감이나 혹이 만져지는 느낌이 반복될 때는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질을 통해 방광, 자궁, 직장 등이 얼마나 내려왔는지를 확인해 1~4기로 분류한다. 장기들이 질 입구 안쪽으로 1㎝ 이내로 내려온 초기 상태가 1기, 장기들이 외부로 나올 듯 말 듯한 정도까지 진행된 상태가 2기, 장기들이 외부에서 만져질 정도로 탈출한 상태가 3기, 완전히 탈출한 상태가 4기다.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수다. 질을 천골(엉치뼈)에 단단히 고정해 장기가 다시 내려오지 않도록 하는 '천골질고정술'이 가장 효과적인 수술로 꼽힌다.
문제는 수술로 장기를 원래 위치에 복원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재발률이 최대 40%까지 보고됐다. 골반저를 지지하는 조직이 약해져 있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거나, 수술 후에도 복압을 높이는 기존의 생활습관이 지속될 경우 재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수술 후 3~6개월간은 복부에 과도한 힘을 주는 동작을 삼가고,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복압을 높이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변비를 예방해 배변할 때 힘을 과도하게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무거운 물건 들기, 과도한 복근 운동이나 근력 운동으로 복압을 높이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469/0000892490?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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