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속 카페인 성분이 짧은 사용 시간에도 모낭에 작용해 탈모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강력한 작용에도 불구하고 체내 흡수율은 낮아, 운동선수도 도핑 적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탈모 관리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카페인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걸까?
◇카페인, 피부 흡수 제한적… 도핑 우려 낮아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일시적인 집중력 향상과 운동 능력 증진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로, 과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 약물 목록에 포함된 바 있다. 현재는 목록에서 제외됐지만, 일정 기준 이상의 혈중 농도가 측정될 경우 도핑 테스트 모니터링 대상 물질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페인을 함유한 샴푸조차 도핑 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피부에 바르고 곧바로 씻어내는 제품은 이론상 도핑 기준치인 12μg/mL를 초과할 만큼 체내에 흡수되기 어렵다. 유럽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 보고서에 따르면, 샴푸처럼 피부에 5분 미만으로 도포한 뒤 씻어내는 제품은 피부를 통한 흡수가 극히 제한적이며, 체내에 흡수되더라도 혈액이나 소변에서 검출될 가능성은 낮다.
결국 운동선수가 카페인 샴푸를 사용한다고 해서 도핑 테스트에 적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 남성 모발 관리 기업의 샴푸 제품 뒷면에 기재된 ‘운동선수는 주의하세요. 모발에서 카페인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제품 사용 후 흡수되지 않은 미량의 카페인이 모발에 남을 수 있으나, 도핑 테스트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모낭 주변 도달해 작용… 2분 이상 유지 시 효과
그렇다면, 체내 흡수율이 낮은 카페인 샴푸는 어떻게 탈모 관리에 도움을 줄까?
이는 탈모가 발생하는 생리학적 원인과 관련 있다. 전체 탈모 유형 중 약 80~90%를 차지하는 남성형 탈모는 노화하면서 과도하게 발생하는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영향을 받는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몸에서 변화해 생기는 또 다른 형태의 남성호르몬으로, 모낭에 과민 반응을 일으켜 모근을 위축시키고 모발의 성장 주기를 단축해 탈모를 유발한다. DHT가 반복 작용하면 모발이 점차 가늘고 약해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카페인은 이 같은 DHT의 작용을 억제하고, 모근에 에너지 공급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시간 이상 두피에 접촉한 카페인이 DHT로 인한 모낭 수축을 완화하고, 모근의 대사 활동을 촉진하는 원리다. 독일 샤리테 의과대학 니나 오트베르그 교수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샴푸 속 카페인은 도포 후 씻어내지 않고 약 2분 이상 유지했을 때 모낭 주변에 침투해 모낭 수축 완화·모근 대사 활동 촉진 효과를 나타냈다.
탈모 치료제인 '미녹시딜'을 희석한 용액과 효과가 대등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을 0.2% 함유한 제제는 미녹시딜 5% 용액과 효과가 유사했다. 사용 6개월 후 평균 모발 성장 비율은 카페인 제제가 10.6%, 미녹시딜 용액이 11.7%로 나타났다. 이러한 카페인의 효능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카페인 성분을 내세운 샴푸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다만, 카페인 샴푸는 어디까지나 탈모 관리의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개개인의 탈모 상태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먼저다. 두피 유형이나 개인별 상태에 맞는 제품 선택도 중요하다. 카페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더라도 모든 제품이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카페인 함량·다른 보조 성분과의 조합·사용 시간 등에 따라 작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8/08/20250808017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