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물 폭탄 같은 집중호우가 잇따르자 정부가 풍수해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하천 등이 범람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뒤 각종 감염병 유행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문가들은 음식 등을 실온에 보관하는 것은 삼가고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해 발생 지역에서는 하수관 범람 등으로 살모넬라균 감염 등 각종 장관감염증과 A형 간염,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등이 유행할 수 있다. 비가 온 뒤 생긴 물웅덩이 등에서 모기가 증식해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이 늘어날 위험도 있다.
식중독으로도 불리는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할 때 생기는 감염·독소형 질환이다. 식중독균은 10~40도 정도 환경에서 급속히 증식한다. 습도가 높아지면 증식 속도가 빨라진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엔 포도상구균 탓에 독소형 식중독이 주로 유행한다. 상한 음식을 먹은 뒤 하루이틀 안에 구토, 복통, 설사 등을 호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식중독 탓에 생긴 설사가 계속될 땐 탈수 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종종 설사를 멈추기 위해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는데 이는 오히려 독소 배출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식중독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구토, 설사 등은 인체가 몸에 들어온 독성 물질을 빼내기 위해 가동한 일종의 ‘면역 반응’이다. 증상이 너무 심해 탈수 등으로 이어져선 안 되지만 심하지 않다면 생리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선 평소보다 물 섭취량을 늘리거나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가벼운 식중독은 쉬면서 식단 관리만 잘해도 호전된다. 증상이 나아지면 미음·죽처럼 부드러운 음식으로 시작해 식사량을 늘려가면 된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 맵고 달거나 튀긴 음식 등을 섭취하면 식중독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요리를 하기 전후, 식사 전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포장된 생수나 끓인 물처럼 안전한 물을 마시고 음식은 익혀 먹어야 한다. 설사나 구토 증상이 있거나 손에 상처가 생겼다면 식재료를 씻는 등의 과정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오염된 물이 닿았거나 냉장고 등에서 꺼낸 지 4시간 넘게 지난 음식이라면 버리는 게 좋다.
비가 그친 뒤엔 모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정리해야 한다. 모기 유충이 사는 물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에 고인 물은 제거해야 한다. 모기가 흡혈 활동을 많이 하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농사일이나 등산 등을 위해 풀밭 주변에서 활동할 때는 모기기피제를 3~4시간 간격으로 뿌려줘야 한다.
호우로 범람해 오염된 물에 상처가 노출되면 렙토스피라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쥐 등의 소변으로 전파된다. 습도가 높아지면 안과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 생존력도 강해진다. 피부나 눈·코 등에 오염된 물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수 지역에서 수해 복구 작업 등을 할 땐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방수 처리된 작업복과 장화, 고무장갑 등을 착용해야 한다. 작업 후 노출된 피부는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5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