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위에서 찍은 제 머리라고요? 전혀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사진을 보여주는 거지'라고 생각했죠."
20대 후반 박상민 씨(가명)는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최근 이마쪽 M자형 탈모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용기를 낸 것이다. 진단을 위해 병원에서 탈모 부위 사진을 찍었는데, 현상된 사진을 보고 박씨는 깜짝 놀랐다. 이마를 까고 위에서 아래로 찍은 사진인데, 전형적인 50대 대머리 아저씨 모습이라 "저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거울을 통해 보는 평소의 정면 모습으로는 정수리 부분이나 M자 탈모의 깊이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간호사는 "대부분의 환자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며 "놀랄 일도 아니다"고 귀띔했다.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나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특히 여성 환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탈모 환자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탈모 환자가 청구한 요양 급여비용은 약 320억원이었는데, 5년 새 약 390억원으로 22%가량 늘었다. 이는 원형탈모증, 안드로젠 탈모증, 기타 비흉터성 모발 손실 및 흉터탈모증 등 급여 처방 사례만 해당하기 때문에 실제 탈모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탈모 1000만명'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탈모 환자와 실제 탈모인의 숫자는 차이가 있다고 인정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탈모 치료 환자 집계는 건강보험 급여로 청구된 경우에만 확인된 수치"라며 "탈모 증상이 있어도 비급여로 처방된 환자들은 집계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형탈모증이나 스트레스성 탈모 등 사람마다 탈모 양상과 원인이 각각 다르다. 의학적으로 탈모 진단을 받더라도 상병코드 적용이 되는 경우에 한해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여성 탈모 환자도 크게 느는 추세다. 보건의료 빅데이터(2023년)에 따르면 50대 여성 탈모 환자가 약 5만7000명으로 남자 5만5000명보다 많았다. 세대별 및 성별을 종합해 비교해도 여성 45%대 남성 55%로 모든 세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탈모는 더 이상 특정 연령층의 고민이 아닌 현실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발길이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탈모는 유전성이 매우 강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탈모 치료를 받고 만족하는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 명동에서 탈모인의 성지로 알려진 백명기의원의 백명기 원장은 "탈모 치료는 어렵지 않다.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약물 치료가 일반적이지만 주사 요법과 마사지 요법을 병행하면 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백 원장은 탈모를 치료하는 의사로 탈모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는 약 20년 동안 명동에서 탈모증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탈모는 우울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나이·성별을 불문하고 탈모인은 대인 관계에 자신감이 모자라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백 원장은 "탈모로 인한 우울증은 탈모를 해결하면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세대별, 증상별, 유전, 혹은 스트레스 및 출산과 같은 생활 이벤트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원칙을 세워 치료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탈모는 두피에 정상적으로 모발이 차 있어야 하는데 일부 혹은 부위별로 없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고, 서구화된 식습관, 무리한 다이어트, 외상, 흡연 등 환경적 요인과 스트레스 같은 심리 요인이 있다. 다만 하루 평균 머리카락 60~80가닥 정도가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머리카락에는 '모주기(毛周期)'라고 불리는 주기가 있다. 머리가 자라는 '성장기'에는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 성장기가 끝나면 성장이 멈추고, 모근이 축소하는 '퇴행기'(2~3주)에 들어가고, 그다음 '휴지기'(2~3개월)를 맞이한다. 그리고 다음 성장기에 접어들면 오래된 머리가 빠진다. 즉, 건강한 사람이라도 머리는 항상 빠진다는 얘기다. 머리카락은 10만개 정도 자라고 있지만 매일 60~80개가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전체의 85~90%는 유전성(안드로겐성) 탈모증이며 남성형 및 여성형 탈모증으로 구분된다. 남성형 탈모증의 특징은 전두부와 두정부가 특히 얇아지며 20·30대부터 발병해 진행된다. 주요 원인은 남성 호르몬(DHT 호르몬)과 유전적인 체질이다. 유전적 체질을 가진 사람은 남성 호르몬이 전두부나 정수리의 머리카락 세포 증식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형 탈모증은 남성형 탈모증과 달리 전두부가 쉽게 얇아지지 않고 두정부에서 측두부에 걸쳐 얇은 영역이 넓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이 관련돼 있을 수 있고 갱년기 전후는 여성호르몬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성 탈모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유전성은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백 원장은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회복되므로 원인을 찾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자가 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형탈모증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흉터형성 탈모는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돼 모발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주로 모발 이식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성장기 모발은 약 6개월간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유의미한 발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72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