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1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이하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이 법안 통과의 배경에는 한 청년의 죽음이 있었다.
2016년 9월 8일, 서울시 서초구 모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故 권대희 씨는 과다출혈을 일으켰고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지 49일 만에 사망했다. 향년 25세였다. 故 권대희 씨 사망 전후 촬영된 수술실 CCTV에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찍혀있었다. 집도의 장모 씨는 수술 도중 다량의 출혈이 일어난 권 씨를 간호조무사에게 맡기고 수술실을 비웠다.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였다. 권 씨의 출혈 원인과 출혈 부위를 확인했다면, 그날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해당 사건은 MBC ‘PD수첩’에서 뒤늦게 다뤄지며 공론화되었다. 방송 직후 해당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모았고 수술실 CCTV 촬영에 동의하는 내용이 들어간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법안 발의 하루 만에 의원들의 발의 철회로 인해 수술실 CCTV 법안은 폐기되었다. 그렇게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만이 남았다. 그 뒤로 의료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그리고 故 권대희 씨가 사망한 지 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은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수술실에서 행해진 의료 행위에 대한 정보 취득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 이유다. 이는 책임의 소재를 밝힘으로써, 의료분쟁을 보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할 방도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결정적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던 정보의 비대칭성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점에서 좋은 법안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법안에 대해서 마냥 찬성하는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을 강경하게 비판하면서 헌법소원 등의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 근거로 수술실 CCTV 의무화법에 반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실질적 분석을 통해 해당 논리의 허점을 파악하고, 법안의 본질적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자.
적극적 의료 행위 저해 우려··· 실사례로 확인해 보니
“돌발 상황이 굉장히 많은 수술들에서의 방어적인 진료나 소극적인 진료가 될 수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진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돼 결국은 환자가 피해를 본다.”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제기되어온 주장은,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료진의 효율적인 진료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병원의 사례는 어떠할까? 수도권의 한 외과 병원에서는 지난 6월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JTBC에서는 이 CCTV가 달린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147명을 대상으로 CCTV가 수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75%가 넘는 의료진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또한, 법안을 보자면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제38조의2 제2항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촬영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그 정당한 사유로 ‘응급수술’, ‘고위험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 등을 제시했다. 이미 충분히 수술의 효율성을 고려했고 예외적인 사항까지 생각해서 법령에 명시한 것이다. 그렇기에 CCTV가 적극적 의료 행위를 저해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이를 근거로 반박될 수 있다.
의료인의 기본권 침해··· 문제 삼을 수준 아니야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과도한 근로 감시 행위이며 의료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CCTV는 곳곳에 설치되어왔으며, 그때마다 개인의 기본권 침해 논란에 부딪혀왔다. 그런데도 지속해서 CCTV가 설치될 수 있었던 이유는 CCTV가 가져다주는 범죄 근절이라는 공익 때문이었다. 수술실 내의 CCTV도 그렇다. 전반적인 수술 상황과 의료진의 신원을 확인함으로써 각종 의료사고 및 범죄 등을 예방하고 추후의 의료분쟁 시에 증거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공익이 크다. 또한, 의료인에게 있어 수술실은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 공간으로, 이곳에 CCTV를 설치해도 의료인의 민감한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가능성은 없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사례 역시 존재한다. 지난 2015년 5월, 사생활 침해의 이유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CCTV 설치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CCTV 의무 설치로 인해 보육교사 등의 기본권에 제약이 가해짐은 인정하나, 아동학대 근절과 보육환경의 안정성 확보는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중대한 공익으로 본 것이다.
정보 유출 우려··· 법안 살펴보면
일상생활에서 상용화되어 있는 대부분의 CCTV는 카메라 전송 지원 방식으로 IP 전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를 통해 유선 연결 없이도 쉽게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 또한 제기되어왔다. 네트워크는 여러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해킹의 위험성으로 정보 유출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을 살펴보면, 이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제38조의2 제4항에는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저장장치와 네트워크의 분리, 접속기록 보관 및 관련 시설의 출입자 관리 방안 마련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이미 정보 유출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여 해당 조항을 명시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추가적인 정보 유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지, CCTV 의무화를 반대할 근거라고 할 수 없다.
출처 :
http://thepublic.kr/news/newsview.php?ncode=1065589317975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