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인사들이 쓴 '망사 마스크'를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코로자 확진자가 다시 급증한 가운데 통풍 기능을 강조해 인기를 끄는 망사 마스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비말(미세한 침방울) 차단 기능을 인증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망사 마스크' 논쟁은 통합당 지도부가 지난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정은경 질본 본부장을 만날 때 찍힌 사진 속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옆에 앉은 김미애 비대위원이 검은색 '망사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를 본 민주당 지지자들은 "망사 마스크 쓰고 침 튀면 어떡하느냐" "제대로 인증받은 마스크를 써라" "이 와중에 멋을 부리느냐" 등의 온라인 댓글을 쏟아냈다.
그러자 통합당 지지자들도 반격에 나섰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공판기일에 출석하면서, 조 전 장관 아내인 정경심 교수는 지난달 공판에서 같은 제품으로 추정된 흰색 망사 마스크를 쓴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야당 지지자들은 "조국도 쓴 망사 마스크를 왜 야당 비대위원이 쓰면 안 되느냐" "민주당은 마스크조차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식약처와 마스크 업계는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 망사 마스크 대신 제대로 인증받은 마스크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식약처는 코로나 예방에 중요한 '비말 차단 기능'이 검증된 보건용 마스크에 'KF(Korean Filter)'와 'AD(Anti Droplet)' 인증을 주고 의약외품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25일 "구멍이 뚫려 통기성이 좋은 소재로 만들어져 시중에 '망사 마스크'로 불리며 팔리는 마스크 중 이 두 인증을 받은 제품은 단 한 개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이런 망사 마스크가 비말 차단 기능을 내세우면 허위·과장 광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마스크 업계에서도 "망사 마스크를 쓰는 건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한다. 일부 망사 마스크 업체들은 '나노 필터'를 사용해 망사 소재로도 제작이 가능하고, 이런 기능을 외부 기관에서 검증받았다며 소비자에게 인증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마스크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웰킵스 박종한 대표는 "전부 정부 공인 보건용 마스크 검사기관이 아니다"라며 "보건용 마스크가 비말을 걸러내는 데 필수인 필터를 망사 재질로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만일 그런 제작이 가능했다면 모든 업체가 여름엔 망사로 된 보건용 마스크만 팔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유튜버는 실제 커피나 코코아 가루 등 분말이나 물을 뿌렸을 때 망사 마스크가 이를 막지 못하고 모두 통과되는 영상을 직접 찍어올리기도 한다.
한편 코로나 재확산 소식에 더운 날씨에 숨쉬기는 답답해도 상대적으로 필터가 두꺼운 KF80·94 보건용 마스크 구매로 선회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GS25 계열 편의점의 경우 17~23일 KF80·94 등 보건용 마스크 매출이 전주보다 69.9% 늘었다. KF-AD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 등 일반 마스크는 39.1% 느는 데 그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5/20200825045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