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중반임을 밝힙니다.
예전에 윤곽하고 성예사 가입했었는데 아이디를 까먹어서 새로 가입하고 글 쩌봐요
어릴 적 저를 괴롭히던 친구가 있었어요
나는 집도 못살고 못생겼고
걔는 참 누가봐도 예쁘고 연예인이냐 할 정도로 그런 애였고
나중엔 1x학번으로 한예종 연극원에도 들어갔어요
애들 괴롭히다가 강제전학 당해놓고
이사가서 신분 세탁하고 학창시절을 보낸 독한 이쁜 애였어요
그런애를 보고 진짜 어린 나이에 괴롭힘으로 인해 충격 먹은 저는
바닥부터 헤맸습니다
바닥 바닥 바닥 을 돌면서 10대를 보냈고
또래보다 미숙했고 집은 점점 가세가 기울다가..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해서 대학은 잘 갔어요
외국어로 유명한 대학에 외국어 전공으로 들어갔지만
몸무게는 80키로를 찍었죠
키 160중반의 여자애가 80키로면... 정말 퉁퉁햇어요
근데 저는 그때 새내기의 패기인지
예쁘게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신고 그랫어요
근데 못생긴데다 뚱뚱하기까지하니
뭘해도 그 말로는 표현 못할 눈초리들이 따라붙고
어릴 적 기억이 오버랩 되고...
나약한 내 자신이 싫어서 1학년 2학기를 보내다가
전신 지방흡입을 했네요
그땐 지방흡입도 비쌌어요 요즘 들어서는 좀 가격이 낮아졌는데
그땐 진짜 허엉무 300까지도 솟고 팔전체 비싼데는 200도 가고 하던 때였어요
하여튼 살 빼고 나니까 자신감도 붙었고
그렇다고 다시 학교 가긴 싫고...
기울었던 가세는 많이 회복됐지만
그래도 세식구 단촐히 살아가던 우리 가정은
여전히 각자가 사회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상황
다만 달라진 점은
저랑 동생이 급식만 먹으면서 평일을 버티고
주말에는 나라에서 준 드림카드로 밥 사먹던 시절은 가고
이제는 밥은 굶지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는 거...
하여튼 그렇게 21살이 되고
처음엔 쌍꺼풀 한번 하고
그다음엔 코 필러도 맞아보고 하이코? 그것도 해보자
허엉무 지흡한 건 좀 망해서
몇년이 지난 지금도 왼쪽 무릎위 신경이 시큰거리긴 해요
그 다음 22살엔
눈 다시 하고 이번엔 앞트임 뒷트임도 쫙하고
근디 이번엔 앞트임 흉터가 좀 남아서 내가 추구하던 청순한 이미지가 조금 멀어지고...
그다음 23살엔 광대치고 턱끝 깎고 종아리 지방흡입하고...
이거 말고도 피부과 시술 받으면서
(저 아직도 ㅃ클리닉 멤버쉽 로즈클럽 남아있네요 얼마나 써재꼈으면)
관리하고...
이뻐지면서 사람들이 대하는게 달라지고
나도 선물 받은게 생겨나고
나도 사랑 받아보고
사람들이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고...
마치 날 괴롭혔던 그여자애처럼
걔가 받던 대우처럼
뭘 해도 주목받고 사람들이 웃어주던 걔처럼
알바하면서 돈 버는 족족 성형하고 회복하고 성형하고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세월은 흘러서 나는 이십대 중반이 되었고
친구들은 졸업반이거나 취뽀했네요
조금씩 벌어 다 뜯어고친 나는
학교로 돌아가면 2학년부턴데
겉은 다 고쳤는데 코 한 번 더하고싶고
가슴은 마지막으로 건드리고 싶고
문득 이번년도에 팔뚝 지방분해주사 시술 받다가
주사바늘이 신경 찔러서 한 10분인가 왼손 마비돼서
의사랑 간호사가 막 주무르던게 생각나고...
학업도 중요했지만
가난을 겪고 무시와 멸시 속에서 피어난 내 이상한 결핍은
다 고친 또 다른 내가 받는 사랑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나는 왜 사랑 받아도 불안하고 계속 고치고있는건지...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인스타를 처다보면서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이젠 날 괴롭혔던 애보단 내가 예쁜데
아닌가 아직은 내가 걔보단 덜 예쁜가?
싶은 생각도 가끔 들고...
성형 하나 할 때마다
변화되던 내 주변 태도에
나는 이번에도 그릇된 희망을 갖고 코수술을 하겠죠
이 새벽녘에 여기서 넋두리를 하는데
이런 글 써보는 것도 처음이고
두서없이 그냥 끄적여봤어요
보고계신 포럼 게시판은 2021년 1월 11일부로 새로운 "성형관련수다방"으로 통합되어 운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