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부분은 그냥 평범하게 생기고 쌍커풀 해서 확 인상이 달라진 케이스야. 쌍커풀도 난 원래 생각도 잘 안했는데 할아버지가 꼭 쌍수시켜주겠다 벼르고 계시다가 병원 가서 한거거든
얼마나 생각이 없었냐면 병원 찾아보지도 않고 바로 예약잡고 수술했어 상담도 1분컷으로 가서 전 잘 모르니까 의사선생님이 적당히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음. 근데 의사분이 내 눈에 맞는 라인을 정확하게 찾아주셔서 너무 전이랑 비교해서 이뻐져버린거야
문제는 내가 무쌍일때 외모 조롱을 하도 많이 당해서 그 상처가 자꾸 생각이 나더라. 이미 내 과거는 미워한지 오래고 남자애들은 나보고 눈 작고 못생겼다고 조롱했고 여자애들은 좀 꾸며보니까 단체로 날 비웃었던 기억이 있어.그때 사귀던 남자친구는 자기 친구가 걔 눈 감고 다니는데 왜 사귀냐라는 말을 나한테 그대로 전달했고.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전부고 쌍수시켜주실거다, 나는 코랑 얼굴형은 모난데가 없으니까 눈만 까면 되겠지 라는 묘한 자신감 때문에 그때는 상처받아도 참을 수 있는 의지가 있었는데 이제 대학도 오고 주변 대우가 확 달라진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 친구들의 근황이 하나씩 뜨기 시작하면서 악몽을 자꾸 꾸고있어. 아직도 복도에서 쟤는 눈이 단춧구멍만하다고 비웃던 여자애들이 생생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내 얼굴이 싫어. 과거의 내 얼굴을 사랑하지 못하고 현재 얼굴이 지금 내 최대 스택이란걸 나도 알고 있으면서 괜히 난 속쌍처럼 얇은 라인이 어울리는걸 알고 짝짝이는 완벽히 맞출 수 없는걸 알면서도 재수술 알아보고 쓸데없는거에 집착하게 돼. 다행히 성공했지만 왜 강남에서 안했을까 후회하기도 했고. 다행히 다른 부분을 수술할 생각은 없어. 나는 눈 말고는 손 대고 싶진 않거든. 그래도 오늘도 잠들긴 무섭다. 조금만이라도 예쁘게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내가 눈에 줄 하나만 갖고 태어났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까? 나도 내가 아무리 집착하고 신경써보고 수술해봐야 연예인이 될 수 없는걸 알아. 그런데도 예쁜 사람을 보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안달내는 내 자신을 보면 참 부끄러워지고 슬퍼져… 상처가 지워졌으면 좋겠다. 밤마다 안 보려고 하지만 결국 잘 살고 있는 그 친구들을 볼 때마다 스스로 아파하는 나도 싫고 잘 사는 그 친구들도 밉다.
성형한 사람들 대부분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런 상처 하나씩은 다 받지 않았을까? 이건 개인의 악의차원을 떠나서 집단의식의 문제같아. 이대로는 안되는건데. 타인의 외모라는, 남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에 아무나 함부로 말 얹어도 아무 제재를 안 받는 이 분위기자체가 진짜 병든거고 기괴한거지. 인구밀도때문인지 뭣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우리세대부터는 바뀌었음 좋겠다. 외모운운하면 개무식한인간취급하는 분위기로 몰아간다든가 뭔가 대책이필요한듯.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이되어있으니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