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총명한 이자벨(Isabel Archer: 니콜 키드먼 분). 부모와 사별한 후, 고향인 미국을 떠나 백부가 있는 영국으로 건너온다. 그녀는 수많은 귀족 청년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지만 격정적 사랑 없이는 결혼을 원치 않는다. 이자벨을 말없이 사랑하는 사촌 랠프(Ralph Touchett: 마틴 도노반 분)는 아버지의 유산이 모두 그녀에게 상속되도록 한다. 이자벨은 랠프와 친분이 있는 멜 부인(Madame Serena Merle: 바바라 허쉬 분)과 함께 이태리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오스먼드(Gilbert Osmond: 존 말코비치 분)의 강렬함에 이끌린다. 그는 "난 당신에게 완전히 빠져있소"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영혼과 육체를 사로잡는다. 결혼. 오스먼드의 냉혹한 카리스마는 그녀를 괴롭힌다. 급기야 멜 부인은 오스먼드의 정부였으며,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이자벨의 막대한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꾸며왔음이 밝혀진다. 극심한 혼란과 상처를 안고 영국으로 돌아온 이자벨. 죽음의 문턱에 선 랠프의 고백은 그녀를 또 한차례 시련으로 이끌게 한다.
캠피온 특유의 정교한 연출과 고요한 미장센이 화면에 깊이를 더하고, 장면마다 배치된 시각적 요소들이 이야기를 은근히 끌고 간다.
니콜 키드먼을 비롯한 주요 배우들의 연기는 캐릭터의 상처와 욕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 감정 이입을 돕는다.
t****
별점 평가
5.0
제인 캠피온 감독 특유의 느린 호흡이 강한 힘을 가진 영화. 화면 하나하나가 마치 정지된 그림 같고, 배우들의 시선과 표정이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함. 특히 주인공 이사벨이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사회적 틀 안에서 점점 갇혀가는 과정이 너무 섬세하게 그려져서,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짐. 음악이나 색감도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영상미가 아름다움.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천천히 몰입해서 보면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