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뻣뻣해지는 증상을 겪다 병원에 갔더니 류마티스관절염이랬지만, 이후 AI 덕분에 목숨 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며 미국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오가며 사업을 운영하는 로런 배넌(40)은 지난해 초 아침과 저녁마다 손가락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 이상 증상을 겪었다. 병원에서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이후 배넌은 심한 복통과 함께 한 달 만에 6kg가량 체중이 빠지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때 의료진은 이 증상을 단순한 위산 역류로 진단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배넌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AI 서비스인 ChatGPT에 자신의 증상을 입력해봤다. ChatGPT는 뜻밖의 질환을 제시했다. 바로 '하시모토병(Hashimoto's disease)'이었다.
하시모토병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면역계가 갑상선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유발한다. 이 질환은 만성 피로, 체중 증가, 우울증, 인지능력 저하 등의 증상과 함께 갑상선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배넌은 곧장 의사를 찾아가 하시모토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의사는 가족력이 없다는 이유로 진단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배넌의 강력한 요청으로 추가 검사가 진행됐고, 결국 하시모토병이 확진됐다. 이어진 초음파 검사에선 배넌의 목에서 암 덩어리 두 개가 발견됐다.
올해 초 그는 갑상선과 목의 림프절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발견이 조금만 늦었어도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됐을 것"이라며 조기 발견을 행운으로 평가했다. 배넌은 "AI가 없었으면 지금도 잘못된 진단에 따라 약을 먹고 있었을 것"이라며 "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직감을 믿고 끝까지 의심했던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건강 문제로 불안감을 겪는 이들이 의료진과의 상담 외에도 AI 같은 보조 도구를 활용해 볼 것을 권유했다. 다만 "AI가 모든 것을 진단할 순 없으니 신중히 접근하되,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추가 검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배넌은 현재 재발 방지를 위해 평생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그는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며 "AI 덕분에 나는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면역체계가 갑상선을 공격하는 병… '하시모토병'이란?
하시모토병(Hashimoto's disease)은 면역체계가 실수로 갑상선을 공격해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갑상선은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기능이 떨어지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감, 체중 증가, 우울감, 탈모, 기억력 저하, 불면증 등 갑상선 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여성에게 흔하며, 호르몬 변화가 많은 출산 전후나 폐경기 때 발병하기 쉽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수치와 자가항체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갑상선 초음파를 병행한다. 레보티록신(Levothyroxine) 등의 호르몬 보충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 발견과 꾸준한 약물 치료로 건강한 일상 유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시모토병은 서서히 진행되기에 몸의 미세한 이상 신호를 무심코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챗GPT 정보 제공 역할, 진단과 치료 결정 내릴 순 없어…보조적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편, 기자는 챗GPT에게 위 사연을 전해주고, 질병 진단에 챗GPT를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챗GPT 스스로도 AI를 활용해 병을 진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정리했다. 답변에 따르면 챗GPT는 의료진을 대체할 수 없으며,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다만, 본인의 증상이나 불편함에 대해 미처 인지하지 못한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추가 진료를 받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보조적 도구로는 유용할 수 있다.
챗GPT는 의료 문헌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만, 개개인의 구체적 상태나 병력, 가족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진 위험도 높다. 증상이 복합적이고 비특이적인 경우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더욱 어렵다.
따라서 챗GPT는 참고 자료나 정보 제공의 역할로만 제한되어야 하며, 궁극적인 진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챗GPT를 통해 얻은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과 결합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6/0000088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