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비타민D, ‘이 암’ 환자엔 오히려 ‘독’

담도암 환자에게 고용량 비타민D가 오히려 생존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비타민D가 암을 예방하고 억제한다는 연구가 있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이 진행성 담도암 환자들의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여성 담도암 환자들은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생존율이 낮아졌다. 또한 성별에 관계없이 비만도가 낮고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성별과 체질량지수(BMI) 등 환자 특성에 따라 생존율에 상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무분별한 고용량 비타민 투여를 자제하고 암종 및 성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 교수팀이 2차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진행성 담도암 환자 173명의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위험도가 15%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남성 환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남녀를 불문하고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 환자군에서는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위험도가 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의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암종에 따른 생물학적 특성 차이 및 성호르몬과의 상호작용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했다.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과 비타민D의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쳐 여성 담도암 환자 예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기존 연구들은 주로 대장암이나 유방암에서 비타민D의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해 왔다. 하지만 담도암은 생물학적 특성과 진행 양상이 다른 희귀 암이기 때문에 담도암 세포에서 비타민D 대사 관련 유전자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과도하게 높은 비타민D 수치가 오히려 염증 반응이나 세포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타민D는 적정 수준에서 암 예방과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비타민D 수치는 암세포의 성장 억제를 방해하거나 주변 조직의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암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담도암 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 및 BMI와 같은 환자 특성에 따라 분석한 첫 사례”라며 “상당수 암 환자들이 맹신하는 비타민D에 대해 주의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인 NIFTY 연구의 일부로 수행되었으며, ‘캔서 메디신(Cancer Medicine, 피인용지수 2.9)’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62/0000061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