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규모가 5조 원 안팎이라는 둥 이미 10조 원에 육박한다는 둥 이런저런 통계들이 넘쳐난다.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여러 건강기능식품들의 진위여부를 단속한다는 뉴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게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판매공간에 진열돼 팔리는 현장이 적발되기도 한다. 홍삼은 건강기능식품이지만 홍삼캔디는 아니라는 상식 점검 퀴즈도 TV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참고로 홍삼캔디는 홍삼농축액 함유량이 적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캔디류’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꿀은 건강기능식품일까 아닐까? 궁금하지 않은가? 정답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인데, 로열젤리. 마누카꿀 등도 마찬가지로 건강기능식품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쉽게 말해 벌꿀은 약도 아니고 건강기능식품도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귀한 대접을 받아온 일종의 전통식품이며,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자주 먹어왔던 음식류에 속한다.
잘 알다시피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여러 실험을 거쳐 인체 건강에 미치는 효능, 부작용 등을 철저히 검증한 제품에만 부여하는 일종의 자격이나 타이틀이다.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이다.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뉘는데 요즘은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공략하는 회사와 개발.공급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특징이 있다.
꿀은 비록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타이틀은 갖고 있지 않지만, 꿀에 대한 사람들의 오래된 ‘믿음’이 하나 둘씩 과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면역력 강화 및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크다는 게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로 세상에 알려졌다. 국내 벌꿀 생산량의 약 10% 안팎을 차지하는 밤나무꽃에서 유래한 '밤꿀'이 면역력을 높이고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이로써 밤꿀은 향후 건강기능식품과 치료식 등으로 활용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소재의 반열에 등극했다. 현재는 아니지만 항 바이러스 효과를 활용해 얼마든지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에 속할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준 셈.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밤꿀은 6월 중순에 생산되는 벌꿀로 진한 갈색을 띠며 강한 향과 약간의 쓴맛이 특징인데, 피로 해소 및 항균 효과가 뛰어나 기관지 질환 등에 효과가 있어서 민간에서도 오랫동안 애용되어 왔다.
특히 코로나19 및 독감 유행 등으로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밤꿀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양봉농가에게는 희소식 하나가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바이러스 치료제만으로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것보다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예방 목적의 식품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어서 밤꿀의 효능은 앞으로 더욱 관심을 끌어 모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농진청이 진행한 이번 실험에서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매우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 이용 실험에서 밤꿀이 인플루엔자 에이(A) 바이러스 감염을 무려 62.2%나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와는 반대로 밤꿀을 먹이지 않고 바이러스에 감염.노출시킨 쥐는 감염 후 6일 만에 모두 사망했다. 하지만 2주간 매일 국내산 밤꿀(600㎎/㎏)을 먹인 쥐는 60%가 생존해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밤꿀을 먹인 쥐에서는 선천 면역 관련 단백질인 인터페론 베타(IFN-β)가 4.3배나 발현된 것으로도 밝혀졌다.
농진청은 밤꿀 안에 들어있는 '키누렌산(kynurenic acid)' 성분이 면역 증진에 관여한 것이라며, 키누렌산은 밤꿀 1㎏당 1168㎎이 들어있지만 아까시꿀 등 다른 꿀에선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농진청은 키누렌산을 밤꿀의 효능 지표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진청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아울러 면역기능 증진용 조성물과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에 의한 질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로 특허출원도 마쳤다.
앞으로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꿀의 효능이 차례차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길 기대한다.
출처 -
http://www.youngno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