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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뉴스]

'피부과'라고 믿었던 동네 병원… '잘' 봐야 된다.

전문의 2023-10-04 (수) 18:26 1년전 81
https://sungyesa.com/new/news/5054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두드러기 치료를 위해 직장 근처 피부과를 검색했다. 포털사이트에 해당 지역 피부과를 검색하자 ○○○○○의원, △△△△클리닉의원, □□□□피부과의원 등 수많은 병원이 나왔다. 신중하게 병원을 고르던 A씨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상당수 병원의 진료과목에 ‘두드러기’가 없었을 뿐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이름과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홈페이지 속 이름이 다른 병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분명 피부과지만 의료진이 가정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병원도 있었다. 4~5곳에 전화를 돌린 A씨는 피부과 전문의가 진료하고 두드러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3만5000개. 전국에 있는 의원, 흔히 말하는 ‘동네 병원’ 숫자다. 병원이 많다는 건 환자에게 좋은 일이다. 어디서든 아플 때 나를 치료해줄 의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A씨처럼 병원 수는 많지만 정작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간판만 봐서는 치료가 가능한지, 병원은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병원 숲에서 환자들이 묻는다.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하오.’

‘김OO 피부과 의원’은 4년 수련 과정 거친 전문의만 가능
3만5000개면 주요 3개사 편의점 전국 점포 수와 얼추 맞먹는다. 굳이 헤아릴 필요 없이 웬만한 건물마다 병원 간판이 하나씩 붙어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간판’이다. 다양한 표기들이 환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진료과목’ 표기다. 의료법상 명칭표시판, 즉 간판에는 ▲병원 고유 명칭 ▲전문과목 명칭 ▲의료기관 종류 명칭 ▲진료과목 명칭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김OO’ 의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원급 의료기관인 ‘김OO 피부과 의원’을 개원했을 때 ‘김OO’과 ‘의원’은 각각 고유 명칭과 의료기관 종류 명칭이다. 여기까진 모든 의원이 동일하다. 그러나 ‘피부과’라는 전문과목 명칭은 해당 과에서 4년 간 수련 과정을 마친 전문의만 사용 가능하다. ‘김OO 피부과 의원’이라는 이름은 김OO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인 경우에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일반의는 전문과목 명칭을 쓸 수 없으며, 의료기관 종류 명칭 앞에 진료과목을 명시해야 한다. 김OO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김OO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써야 맞다. 이때 진료과목의 글자 크기는 병원 명칭의 절반 또는 그보다 작게 적아야 한다. 전문과목·진료과목 표기는 법정전문과목·진료과목만 인정되며, 순환기내과, 신장내과와 같은 세부진료과목은 쓸 수 없다.

진료과목 작게 쓰고 간판 불 끄고… 병원 ‘꼼수’에 환자들 혼란
이쯤에서 동네 병원 간판들을 둘러보자. 의료법에 맞게 제작한 병원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진료과목의 글자 크기를 의료법에서 정한 것보다 크게 쓰는가 하면, 일반의임에도 간판에서 ‘진료과목’이라는 글자 자체를 빼버린 경우도 있다. 법의 빈틈을 이용한 꼼수들도 보인다. 일부러 ‘진료과목’ 글자만 작게 표기하거나 글자 색을 어둡게 해 ‘김OO 피부과’처럼 보이게 하는 식이다. 간판에서 ‘진료과목’만 불빛이 안 들어오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서울 A피부과 전문의는 “일반의 의료기관에서 전문의를 표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서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 간판에는 ▲의료기관의 명칭 ▲전화번호 ▲진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면허 종류·성명 ▲상급종합병원 또는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사실 ▲전문의 자격·전문과목만 쓸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병원들이 이 같은 사항 외에도 특정 시술명, 대학 로고, 신체장기 명칭 등을 간판에 써넣곤 한다. 모두 의료법 위반 행위다.

정식 상호와 외부 간판은 법에 따라 만들었지만 병원 내부, 홈페이지 등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외부 간판에는 ‘김OO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적고, 병원 내부와 홈페이지에는 ‘김OO 피부과’, ‘김OO 여드름 클리닉’ 등을 써 붙이는 식이다. 이 역시 많은 환자들이 헷갈려 하는 것 중 하나다. 다만 의료법에는 병원 내부 간판이나 홈페이지 내 병원 명칭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서도 의료기관 홈페이지는 제외돼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원 명칭표시판 관련 조항은 외부 명칭표시판에 대한 것으로, 내부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병원 내부 홍보물은 의료 광고의 영역이기 때문에 광고 내용의 적법 여부를 따진다”고 말했다. 내·외부 명칭 표기가 다른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관련된 조항은 없다”고 했다.

모르는 환자 많아 신고도 어려워… 적발돼도 ‘배 째라’ 식
의료법을 지키지 않고 병원 간판을 제작·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관할 보건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보건소에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직원이 방문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해당 병원에 시정 조치를 내리는 식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땐 벌금, 영업정지와 같은 처벌도 가능하다.

문제는 처벌 위험이 있음에도 상당수 병원이 대놓고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법규를 알고 있는 환자들이 많지 않은 데다, 담당 보건소 직원이 관할 지역 내 모든 병원 간판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고를 당한 병원이 역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거다. 시정 조치를 받았지만 벌금을 내며 버티는 병원들도 있다. 수백만원 들여 간판을 바꾸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게 돈이 덜 든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A구 보건소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돼 병원에 방문하면 화를 내거나 자신들도 다른 병원들을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홍보가 되니까 강제이행금까지 내면서 유지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그나마 접수되던 신고도 줄어드는 추세다. B구 보건소 관계자는 “간판 표기 규정 위반과 관련된 민원이 종종 접수된다”면서도 “전체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고 했다.

전문의들 “일반의·전문의 명확히 구분해야” 한 목소리
일반의가 진료하는 게 위법은 아니다. 전문의 과정을 마치지 않았어도 의사 면허가 있는 일반의라면 일정 기간 연수 후 해당 과 진료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진료 가능 여부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별개 이야기다. 2021년 대한피부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피부 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00명 중 72%가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2.4%는 ‘피부과라고 적혀 있으면 모두 전문의 병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사가 일반의인지 전문의인지 모르고 치료받는다는 이야기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황지환 대외협력이사는 “법으로 글자 크기까지 정해져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전문의처럼 보이려 하는 건데, 이로 인해 환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만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B피부과 전문의는 “실제 일반의 진료를 받은 뒤 부작용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며 “그럼에도 일반의 숫자가 많아서인지 정부가 단속에 부담을 느끼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향후엔 단속과 처벌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병원 명칭·간판과 관련된 신고는 대부분 경쟁 병원에 의해 접수되는데, 지금과 같이 일반의 진료 병원이 많아지면 서로 눈감아주는 분위기 때문에 신고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C성형외과 전문의는 “현재도 일반의 수가 많다 보니 서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며 “개원 분야를 제한하는 등 일반의와 전문의의 책임·권한을 구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46/000006517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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