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아보는 입장이지만, 글 눈팅하다 보면 의사들도 답답하겠다 싶음

윤곽이며 뭐며 성형수술이 보편화돼서 너도나도 하고 싶어하는 건 알겠어. 나도 그런 사람중 한명이고. 근데 기본적인 리스크나 수술 방식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턱대고 “가장 얄쌍하게 해주는 의사 어디?” “가장 안전한 의사 누구?” 이런 질문만 쏟아지듯 올라오는거 보면 속이 답답해짐

일단 안전성을 따지려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지.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지, 수술 집도의가 정식 트레이닝을 받았는지,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개업 전 어느 병원에서 어떤 수련을 했는지, 1인 병원인지, 쉐닥 논란은 없었는지, 하루에 수술을 몇번 집도하는지, 이런 구체적인 걸 묻고 그 대답을 토대로 스.스.로. 판단을 하는게 맞음.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어디가 가장 안전?” 이렇게 물어보면 댓글이 아무리 달려도 그걸 어떻게 대뜸 신뢰하냐고.. 차라리 직접 병원에 연락해서 카톡에 문의해봐. 여기 후기 많잖아. 거기서 리스트 짜보고 꼼꼼하게 찾아봐야지. 브로커가 판치는데 그런 성의없는 글 쓰면 그냥 나 블랙에 데려가세요-라고 하는거랑 뭐가 다를까..

두번째로 “라인 가장 예쁘게 빼주는 병원”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임. 물론 병원마다 추구하는 미적 기준은 다를 수 있어. 하지만 수술 방식 자체는 정상적인 의사라면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 본질적으로 결과물은 타고난 턱 라인, 골격 면적, 각도, 신경선 위치, 나이, 피부 탄력성, 수술경험 여부, 그 외 리스크 (당뇨, 흡연자) 같은 아주 다층적인 요소에 따라 달라짐. 여기서 수술 만족도는 환자의 기대치가 아주 크게 작동하는데 그것도 개인마다 다 달라서 저 질문 자체가 아주 텅빈 질문임. 그런데 무작정 “얄쌍하게 해주는 곳 어디냐”만 물으면 답이 제대로 나올 리 없잖아. 그러니까 여기 올라오는 후기를 토대로 리스트 작성하고 의사 블로그나 공식 홈페이지 전후 사진으로 판단하는게 맞음. 이미 잘하는 곳? 검색하면 엄청 많음. 똑같은 성의없는글 수십개씩 올라오니 나까지 적을 필요 1도 없음.

또 하나는, 리스크를 의사가 전부 알려줄 수 없다는 점을 제1의 원칙으로 받아드려야한다는 거임. 물론 유토피아의 세상에서 살면 의사가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환자도 의료지식이 상당해서 완벽히 다 이해하고 최선의 결정을 하는 상황이겠지만 우린 바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있지? 의사 입장에서도 하루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최대로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돈을 벌어야하니 환자 한명을 옆에 앉혀놓고 1:1 강의할순 없음. 결국 본인이 직접 공부해야 함. 의사가 상담때 크게 도움이 안된다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논문을 읽고, 부작용 사례를 확인해야 하고, 대체 어떤 부작용이 있고 (흔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부작용 vs 심각한 부작용) 1%의 부작용이 나에게 왔을 때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설령 부작용은 없어도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 금전적/시간적/건강적으로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함. 그 과정 없이 그냥 수술했다가 망했어요, 억울해요라고만 하면.. 누구도 책임져줄 사람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