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 치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습니다.
앞턱을 절골해 앞으로 전진하는 수술(genioplasty)과 이차각을 없에기 위해 주변부 피질골을 다듬는 수술을 했어요.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래턱이 작은 돌출입이라 학창시절부터 큰 콤플랙스가 있었어서 오래 전부터 수술을 고민했었는데 올해 여름에 결국 용기를 낸 것입니다..
천천히 써볼게요.
1.
수술을 위해서 여러 성형외과 치과를 돌아다녔어요.
저는 원래 무턱 개선만이 목적이었는데 막상 수술을 위해서 상담을 받다보니까 소위 말하는 윤곽 3종을 권유하는 선생님들이 많으셨어요.
특히 제가 광대뼈가 좀 큰 편이라서 광대까지 같이 하라고. 같이 하면 할인;; 을 해주신다고까지 하는 분도 계셨어요.
광대 축소를 하면 얼굴이 더 입체적이 된다는데 솔직히 혹하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결국 제 선택은 원래 계획대로 가자 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콤플렉스였던 무턱을 개선하는 것 뿐이었고
-모든 수술은 후유증을 남길 수 밖에 없으므로 필요 최소한도로 하는게 좋다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수술후 10일차 지금 생각은.. 솔직히 반반입니다... 하는김에 할 수 있는건 다 해버릴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게 사실이네요;;
2.
저는 윤곽수술을 치과 선생님한테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구강외과 전문의 선생님한테 받았는데, 턱 수술은 아무래도 구강외과 선생님들이 성형외과 선생님들보다 더 많은 증례를 경험했을 것이고 더 전문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성형외과는 대학병원에서 연조직에 관련한 부분을 주로 수련받고 여기에 더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선택은 결국 어떤 선생님에게 나를 맞길건지 하는 것인데
수술은 결국 사람 손으로 하는 것이라 정말 좋은 손을 가진 선생님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규적인 커리어를 밟아온 정석적인 술기만을 말하는 선생님을 더 믿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
수술 전날 밤엔 잠을 못이뤘어요.
전신마취를 어떻게 하지 무섭고. 수술후 팅팅 붓고 넉다운될 제 모습이 그려져서 너무 걱정이 됬습니다.
3시간여를 간신히 자고 물 한방울 못먹고 수술병원으로 가는데 가슴이 덜컹덜컹 떨리더라구요.
수술병원에 가서 18게이지 IV를 맞는데 진짜 태어나서 그렇게 두꺼운 주사를 내가 맞아보는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헥사메딘 가글 한번 하고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나니 수술방으로 가자더군요.
침대에 누우니까 마취과 선생님이 호흡기로 프로포폴 넣어 주시고
키가 큰편이라 침대 밖으로 발이 나와서 좀 불편하다 하는 생각을 하다가 바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수술이 끝나 있더라구요.
4.
회복실로 비몽사몽간에 도착하니 우선 힘든건 어지럼증과 울렁거림입니다.
입안에는 점액같은 침 피 약물로 축축하고
마취간에 코를 건너 들어왔던 튜브때문에 목이 칼칼하니 아프고
도무지 정신이 없습니다.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 마취가스를 내보내려고 하는데 숨쉬는게 힘들어 저절로 깔딱깔딱 숨이 넘어갈려고 합니다.
까딱 잘못하면 토할 것 같아서 기대어 눕지도 못한채로 두어시간을 버티면 겨우 어지럼증이 가라 앉습니다.
핸드폰을 만지며 몇시간을 더 버티고 겨우 물을 한모금 마시고 나면 이제 퇴원할 시간입니다.
이상태로 집에 간다고? 싶은데, 괜찮다고 가랍니다.
정신은 없고 아직 아픈지도 모릅니다.
5.
첫날 밤엔 열에 아홉은 수술을 후회하지 않을까 싶어요.
얼굴이 달아오르고, 둔통과 열이 괴롭히고, 잠에 간신히 들면 실시간으로 심해지는게 느껴지는 붓기 때문에 1시간을 못자고 깹니다.
붓기 때문에 숨쉬기가 힘듭니다.
땡기미 전혀 소용없고 볼따구부터 턱 아래 림프선가지 아주 팅팅 붓습니다.
지옥같은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거울을 보면 왠 복어 하나가 보입니다. 사람 얼굴이 아닙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ㅎㅎ
회복을 위해서 죽과 오랜지주스 요거트를 억지로 입에 넣다보면 어쨌든 시간은 갑니다.
6.
4일차 아침부터 더이상 붓지 않습니다.
급성 염증반응이 대충 마무리되고 열도 내리고 통증도 줄어들고 빨긋한 기도 서서히 빠집니다.
호박즙같은건 먹지 않았지만 충분히 자려고 노력하고 단백질과 탄수화물 미네랄 비타민 섭취를 신경써서 그런지 전 회복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붓기는 빠지고 이제 턱 아래와 수술 부위 주변에 단단한 조직들이 만져집니다.
이런 단단한 덩어리는 사실 상처부위 회복을 위해 분열하는 결합조직 들이고,
대략 4주간 체내 세포들이 증식을 통해 성처부위를 대체하고 1~6개월간 조직이 리모델링되면서 수술 전과 같은 정상적인 조직으로 변화합니다.
한두달 뒤엔 좀더 갸름하고 예쁜 턱선이 나오겠죠...?
7.
수술을 하고 어느정도 회복을 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할걸 하는 것입니다.
정말 좋은 세상입니다.
단돈 오육백 정도로 콤플랙스를 해결할 수 있다니요!?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않고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면, 성형은 정말 인생을 좀 더 살맛나게 해 줄 도구인 것 같습니다.
또 왜 성형 중독에 걸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수술을 마지막으로 어떠한 추가적인 성형수술도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솔직히 얼굴이 좀 긴가? 코도 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따위의 생각이 거울을 볼때마다 듭니다.
실제로 윤곽수술이라는 허들을 넘고 나니, 여기 저기 뭐든 맘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는 실감이 느껴지기 때문 같습니다.
마음을 잘 조절해야겠습니다...
8.
궁금한 것 있으시면 답변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