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는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문제다. 피부암의 주범이 자외선인 만큼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존층이 파괴되면 그만큼 피부에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피부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피부암 환자는 2만7211명으로 5년 전보다 56% 늘었다. 김정은 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오존층이 1% 파괴되면 피부암 환자는 2%씩 늘어난다”며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적으로 피부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의학 전문 유튜브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피부암의 위험성과 진단법, 치료법을 소개했다. 그는 “피부암은 증상이 없는 게 함정”이라며 “가렵거나 아프지 않으니 간과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흑색종 같은 피부암은 내버려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멜라닌 세포에 문제가 생겨 자라는 악성 종양인 흑색종은 뇌와 척수 같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할 위험이 크다. 실제 피부암 관련 사망률의 약 70% 이상을 흑색종이 차지하고 있다.
흑색종 같은 피부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ABCDE 관찰법’이 대표적이다. 비대칭성(Asymmetry)과 경계(Border), 색조(Color), 직경(Diameter), 변화(Evolution)의 앞글자를 딴 진단법으로, 비대칭성(A)은 피부암의 형태적 특징을 말한다. 좌우 대칭인 일반 점과 달리 모반이 불규칙한 형태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부와 점 부분 경계(B)가 일반적인 점과 달리 모호하고, 점의 색깔(C) 역시 균일하지 않고 얼룩덜룩하다면 피부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점 크기도 중요하다. 일반적인 점은 지름이 대부분 0.6cm를 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점의 모양이나 크기, 색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E)한다면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어린아이에게 생긴 점은 성장하면 몸과 마찬가지로 비율을 유지하면서 커지지만, 성인이 돼서 생긴 점이 계속 자란다면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부암의 80%는 얼굴과 머리, 손같이 태양광에 자주 노출되는 부위에서 발생한다. 가족력도 주의해야 한다. 점이 유달리 많거나 피부암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다면 피부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화상 흉터가 피부암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발생 부위에 인종적인 특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동양인의 경우 흑색종이 손이나 발에 생기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손이나 발바닥, 손톱 밑 푸른 점도 흑색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암을 일찍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피부암 부위에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바른 후 빛을 조사하는 광역동 치료나 액체질소로 암세포를 동결·괴사시키는 냉동 치료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수술을 하더라도 눈·코·입 주변에 생긴 피부암은 넓게 떼어내면 흉할 수 있어 현미경을 활용하는 ‘모즈 미세도식 수술’을 한다”고 했다. 현미경을 활용해 종양 주변 정상 피부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역시나 예방이다. 자외선을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크림 같은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30 이상인 선크림이 무난하다”며 “야외 활동 시에는 평소보다 두껍게 바르고, 두 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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