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1명이 확진된 가운데, 감염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자가 4명 늘어나 총 5명이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2일 ‘우한 폐렴’ 유증상자 4명을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3명은 앞서 발생한 확진환자와 같은 항공편을 타고 들어온 접촉자이고, 나머지 1명은 질본 콜센터(1339)를 통해 본인이 직접 신고했다.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중국 우한시를 다녀온 후 14일 이내에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증상을 보인 사람이다. 질본은 이들 4명에 대해 우한 폐렴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20일 첫 유증상자가 발생한 이후로 22일 오전까지 총 16명의 유증상자가 발생했다. 16명 중 1명은 확진환자, 4명은 검사 진행 중, 11명은 검사결과 음성(감염 아님 판명돼 격리해제)이다. 지난 20일 발생한 확진환자 1명은 공항 검역 단계부터 확인돼 격리 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안정적인 상태다.
국외 발생현황을 보면 중국에서 환자가 309명(22일 오전 9시 기준) 발생했다. 후베이성(우한시 포함)에서 270명, 베이징 5명, 상하이 2명, 이외 지역 32명이 신고됐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는 태국 2명, 일본 1명, 대만 1명, 미국 1명이 각각 신고됐다. 이들 환자는 모두 우한시에서 유입된 환자로 확인됐다.
■‘감염력’ 얼마나 되나… “사스·메르스와 비교 아직은 불가능”
‘우한 폐렴’은 원인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만 확실하고, 감염력이나 감염경로는 일부만 파악돼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및 한국 보건당국은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에만 감염이 가능한 ‘제한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중국 보건당국이 가족 내 집단발병 등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추가 정보를 토대로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많은 환자가 있는 중국에서 어느 환자가 어떻게 접촉했을 때 발병했는지 등의 정보를 조사하고 이를 공유해야만 ‘재생산지수’(한사람이 얼마나 많은 감염자를 만들어내는지를 나타내는지를 의미) 같은 감염력 파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우한 폐렴’의 감염 경로가 유사한 면은 있지만, 전파력을 비교하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가 홍역 하면 기초 감역 재생산수(감염성 있는 환자가 감염 가능 기간 동안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 수)가 17명, 인플루엔자 하면 통상 1.5~2명 이렇게 본다”며 “지금 수준의 정보로는 ‘우한 폐렴’의 기초 감역 재생산수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사스나 메르스와 감염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300명 정도가 감염이 됐다고 하는데, 그 환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와 얼마간의 잠복기를 거쳐서 증상이 생겼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야만 감염력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파 경로, 전파 방법은 접촉이나 비말(기침이나 재채기 시 침방울로 감염), 간접적인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스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춘제, 한국 설 있는 이번 주가 ‘1차 고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와 한국 설 연휴가 있는 이번 주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에 있어 ‘1차 고비’다.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인들이 평소보다 훨씬 늘어나고, 명절을 맞아 국내 이동인원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박혜경 질본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우선 설 연휴를 1차 위험기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아주 외곽 지역을 제외하고서는 계속해서 환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설 이후에도 환자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질본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을 피하려면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일반 사람들이) 마스크 쓰고, 기침예절 지키고, 의료기관 내에서 (의심환자 따로 진료하는) 초기 선별진료가 잘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만 확산 예방할 수 있다”며 “공항검역이나 초기 잠복기인 유증상자 격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질본은 설 연휴 동안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증상 문의와 응급실 방문 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응급의학회 및 지역응급의료센터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응급실 내원환자 대응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의료현장에서 초기 선별진료 과정에서 해외 여행력을 확인하는 등의 의료인 감염예방 수칙을 지킬 수 있게 재차 안내할 계획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21419001&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