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 감기약으로 불면증을 해결하는 사례가 여기저기 보인다. 이들이 애용하는 감기약이 따로 있다. 바로 ‘테라플루 나이트타임 건조시럽’이다. ‘테라플루 먹으면 잠 잘 온다’며 매일 먹거나 구비해두고 잠이 안 올때마다 먹는다거나, ‘잠 안 올 때 테라플루 은근 좋더라’같은 류의 게시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약물 오남용’이다.
“항히스타민 고함량 들어있어 졸리다”
테라플루 나이트타임 건조시럽은 실제로 수면 유도 성분이 있다. 제품 이름에 나이트타임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며, 복용 후 졸릴 수 있어 운전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이유는 항히스타민제 때문이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남창원 약사(새한솔약국)는 “테라플루 나이트타임 건조시럽 성분을 보면 아세트아미노펜 650 mg, 페니라민말레산염(페니라민) 20mg, 페닐레프린염산염 10mg이 들었다”며 “이 중 페니라민은 1세대 대표 항히스타민제로, 항콜린작용을 해 콧물 분비를 억제하나 졸음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페닐레프린염산염은 코막힘을 완화하며,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진통 역할을 한다.
약국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받을 때 간혹 약사가 ‘졸릴 수 있다’고 말하는데, 대부분 페니라민 때문이다. 남창원 약사는 “이때 투여받는 페니라민 1회 용량은 약 2 mg 수준”이라며 “2mg 한 알만 먹어도 졸릴 수 있는데 테라플루에 들어있는 페니라민은 고함량으로 20mg이라 꽤 졸리다 보니, 이에 착안해 불면 증상이 있는 사람이 해당 약을 쉽게 찾을 것으로 추측한다”이라고 말했다. 테라플루 나이트타임 건조시럽은 일반의약품이라,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오남용 되기 쉬운 이유 중 하나다.
간독성 있는 성분 일부러 먹는 셈
항히스타민제 섭취로 수면을 유도하는 행동 자체는 크게 문제 없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1세대 항히스타민 성분만으로 만들어진 수면유도제가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기도 할 정도. 그러나 감기약을 수면유도제로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수면에 영향을 주는 성분 외에 아세트아미노펜,페닐레프린염산염을 ‘쓸 데 없이’ 섭취하는 꼴이라서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간(肝)독성이 있는 약물이라 장기간·습관성 섭취가 위험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섭취 후 생기는 간 독성은 섭취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2~8배 수준이며.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급성간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테라플루 나이트타임 건조시럽 자체에 든 아세트아미노펜 수준이 고함량은 아니다(아세트아미노펜 1일 최대 복용량 4000mg). 감기·몸살이 있을 때 가끔 먹는 정도로는 문제 없다. 그러나 졸리지 않다는 이유로 찾으면 장기간·습관성으로 섭취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창원 약사는 “평소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이 수면유도를 위해 테라플루를 곧잘 먹는다면 간 독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 힘들다면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해 먹거나, 일반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수면유도제·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먹는 게 안전하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346/0000031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