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시장이 요동친다. 메디톡신, 휴젤, 대웅제약 등 3사의 철옹성만 같았던 보톡스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신’ 허가취소를 추진하자 제조·판매사인 메디톡스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석이 된 메디톡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국내 다른 제약사들이 보톡스 진출을 선언하며 ‘폭풍전야’를 예고하고 있다.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 사가 개발한 원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제품명이다. 고유명사가 돼 보툴리눔 톡신 제품 대다수가 보톡스로 불린다. 엘러간의 보톡스는 1997년 국내 시장에 들어와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엘러간의 독점체제는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출시되면서 흔들렸다. 메디톡신은 2006년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획득 3년 만에 엘러간을 밀어내고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했다. 10여년간 입지를 다져온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시장 진출까지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지만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휘청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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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보톡스 개척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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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는 CEO 리스크와 함께 주력제품 메디톡신이 국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내 보톡스시장 선구자 역할을 해온 메디톡스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검찰은 무허가 원액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약효(역가정보)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고 식약처는 메디톡신 150단위, 100단위, 50단위 등 품목 허가 취소 절차를 명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디톡스는 식약처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메디톡신 허가취소와 관련 마지막 소명할 수 있는 청문회도 식약처 담당자의 개인 사유로 무기한으로 연장돼 메디톡스는 좌불안석이다.
업계는 메디톡신이 허가취소가 확정될 경우 메디톡스의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메디톡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 2059억원 중 93%가 메디톡신과 필러제품에서 발생했다. 이 중 메디톡신이 약 70%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허가취소가 확정 시 약 800억~900억원 사이의 매출이 사라지는 셈이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이 허가취소가 확정되더라도 다른 보톡스 제제 이노톡스와 코어톡스로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효력은 미지수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양한 절차들을 통해서 충분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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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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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0억원 규모의 메디톡신이 공석이 되면서 시장 구도는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보톡스시장에 진출하는 신규 업체들이 줄을 잇는 상황. 현재까지 수출용을 포함해 제품 허가를 받은 업체만 총 11곳으로 1000억원 규모 국내 보톡스시장이 과열된다. 신생 업체들도 대기업 투자를 등에 업고 보톡스시장 진출에 나섰다.
올해 4월까지 국내에 출시된 보톡스 제품은 메디톡스를 포함 휴젤(보툴렉스), 대웅제약(나보타), 휴온스글로벌(리즈톡스) 등 4곳이었다. 5월1일 종근당이 가세했다. 종근당은 휴온스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원더톡스’를 출시했다. 본격적인 국내 보톡스시장 경쟁을 알렸다.
업계에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휴젤이 빠르게 시장 파이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휴젤은 2016년부터 메디톡스를 제치고 국내 보톡스시장 점유율이 4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휴젤은 메디톡신의 공석을 메우고 내수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휴온스는 리즈톡스의 매출증대를 꿈꾼다. 리즈톡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시장에 출시 이후 점유율 장벽에 막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리즈톡스의 적응증이 아직 미간주름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올해에는 눈가주름부터 치료영역까지 적응증 확대를 통해 메디톡신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은 원더톡스로 시장 진입 이후 확대에 나선다. 앞서 휴젤과 함께 보툴렉스를 공동 판매해온 터라 미용성형 시장도 낯설지 않다. 종근당은 원더톡스 출시 이후 내수시장에 집중해 미용성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장점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 다만 나보타가 다른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제테마·파마리서치바이오·프로톡스·칸젠·유바이오로직스·이니바이오·제네톡스 등 바이오벤처들이 보톡스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테마와 파마리서치바이오는 국내 시장 침투를 위해 최근 각각 동화약품, LG화학과 손을 잡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임상시험을 신청 또는 진입한 단계로 향후 2~3년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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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보톡스시장 진출 이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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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보톡스시장을 노리는 것은 국내 균주 출처 관리가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에만 11개 업체가 보톡스 제제를 개발·생산하고 있지만 전세계로 보면 미국 엘러간과 중국 란주 연구소, 프랑스 입센, 독일 멀츠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국내 기업은 보톡스시장에 진출하려면 질병관리본부에 균주 기원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균주 출처 등 자세한 내용은 없어도 된다. 허가를 받기 위한 기업은 균주가 발견된 물건 또는 위치 등만 기재한다. 전세계적으로 균주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다소 느슨한 규제만 받고 있는 것. 때문에 국내 보톡스 업체수는 11개로 해외에 비해 많은 편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은 균주 출처와 관련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지만 국내 기업으로 보면 메디톡스와 제테마를 제외하고 균주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한 곳은 없다”며 “현재 국내 시스템상 균주 출처는 단순 신고로만 이뤄져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515053007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