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성형에 쓰이는 실리콘이 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세포 실험 단계여서 실제 인체에서 같은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실리콘 보형물이 실제로 세포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여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의 게르 프루진 교수 연구진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가슴 성형에 쓰이는 실리콘 분자가 인체 세포의 죽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슴 성형에 들어가는 실리콘의 부작용은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가슴 성형 수술을 받고 심각한 피로감이나 발열, 근육과 관절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실리콘 분자가 인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가슴 성형 수술 후에 일부 실리콘 분자가 차단막을 통과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앞서 2016년 라드바우드대의 성형외과 의사인 리타 카펠 박사는 가슴 성형 후 실리콘 분자가 혈관이나 림프계를 통해 인체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루진 교수는 이렇게 이동한 실리콘 분자가 인체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실리콘 분자가 예정보다 빨리 세포사멸 유도
연구진은 헬라 세포와 같은 질병 연구용 세포들로 실험했다. 헬라 세포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세포를 질병 연구용으로 계속 분열시킨 것이다. 실험 결과 실리콘 분자는 이들 세포의 죽음을 유도했다. 실리콘 분자를 주입한 세포는 과산화수소나 항생제를 투여한 세포와 비슷한 형태로 세포 구조가 바뀌고 세포들 사이의 결합도 감소하다가 죽음에 이르렀다.
프루진 교수는 “실험에서 마치 세포가 수명을 다하고 세포사멸에 이르는 것과 같은 형태로 죽는 것을 확인했다”며 “실리콘 분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사멸 유도 효과가 더 컸다”고 밝혔다. 실리콘 분자가 세포를 예정보다 더 빨리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하지만 실리콘 분자가 세포의 분자 단위의 변화를 유도하지만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가슴 성형 수술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구체적인 과정은 밝히지 못했다.
프루진 교수는 또 “이번에 뇌세포나 근육세포처럼 특정 인체세포로 실험하지 않고 질병 연구용으로 쓰는 배양 세포로 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좀 더 자세한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06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