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광장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에다 여기저기 땅 파헤치는 소리까지 합쳐지면서 엄청난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다들 익숙해진 탓에 무심코 지나치지만 의학계에서는 생활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음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 BBC 인터넷판은 항공기와 도로교통의 소음부터 전화벨 소리에 이르기까지 소음 공해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청력 손실을 넘어 심장 건강에 해롭다고 보도했다. 특히 교통소음은 대기오염에 뒤이은 주요 생리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간주되는데 그 정도가 간접흡연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연구들이 항공기와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심혈관 질환의 위험 증가와 연관시켰다. 2018년 100만 명 이상 건강 데이터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조용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뇌졸중 위험이 7%나 더 높았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 부근 주민 중에서 2000~2015년 심혈관 사망자 약 2만5000명을 분석한 결과는 최근 ‘유럽 심장 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이 연구에 의하면 비행기 운행 이후 야간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여성들에게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소음이 심장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원들은 동맥과 혈관의 내피에 생기는 극적인 변화를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건강한 내피가 활성화되어 염증이 있는 상태로 바뀌면서 잠재적으로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소리가 뇌에 도달하면 두 가지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소리를 해석하는 청각 피질과 소리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 등. 그런데 소음이 커질수록, 특히 수면 중에는, 편도체가 신체의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을 유발한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호르몬을 몸속에 방출한다. 그 결과 일부 동맥은 수축하고, 다른 동맥은 팽창하고, 혈압은 상승하고, 소화는 느려지는 한편 당분과 지방은 혈류로 쏟아져 들어온다.
점증하는 스트레스 반응은 또한 혈관 내벽에 산화적 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키는 해로운 분자의 생성을 촉진한다. 기능 장애에 빠진 내피질은 혈류를 방해하고, 고혈압 동맥플라크의 증가 비만 당뇨 같은 심혈관 질환에 관련된 다른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과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내피 세포가 단 며칠 밤을 비행기 소음에 노출되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끄러운 소음은 이미 심장 및 신진대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문제가 되는게 아닌 것이다. 2019년 독일 마인츠 대학 의료 센터의 심장병 전문의 토마스 뮌젤과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건강한 성인에게 잠자는 동안 열차 소음을 들려준 결과 거의 즉각적으로 혈관 기능에 손상을 입었다. 소음과 심혈관 건강에 대한 리뷰를 공동 집필한 뮌젤은 “젊은이들이 단 하룻밤 이같은 소음을 듣고도 내피기능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환경 소음의 경우 소리의 주관적인 특성 때문에 분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소음 공해와 신체 건강 손상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가 펴낸 2018년 보고서는 매년 교통 소음으로 인해 서유럽 사람들이 총 160만 년 이상의 건강한 삶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 인구가 늘어갈수록 소음공해의 피해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야간 비행 금지법을 채택하고, 소음제거 기술의 개발을 장려하고, 소음 민원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다. 개인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잠잘 때 귀마개를 하거나 침실 창문을 소음 차단용으로 바꾸는 것, 잠 자는 방은 집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옮기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정신과 의사인 매티아스 바스너(소음의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국제위원회 회장)은 “만약 당신이 뉴욕에 살고 있다면 소음에 익숙해져서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며 “심리적으로는 익숙해졌다해도 소음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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