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나리라고도 불리는 셀러리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채소다. 이름조차도 쉽게 헷갈린다. 흔히 ‘샐러리’(Salary)라고 많이 쓰지만, 표준 표기법은 ‘셀러리’(Celery)일 정도다. 201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슈퍼푸드’(몸에 좋은 식품)로 널리 알려졌다. 이 덕에 ‘신이 내린 해독주스’ ‘카사노바와 마담 퐁파두르가 애용한 천연 정력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건강기능이 소개됐지만,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기엔 정보가 상당히 부족하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슈퍼푸드란 열량이 적으면서도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나 식품을 말한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채소인 셀러리엔 일상에서 필요한 기능성분이 가득 들어 있다”고 말한다. 다만, 권 교수는 “모든 식재료와 마찬가지로 날 식품(원물)으로 먹으면서 과도하게 건강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평소 이에 유의해 특정 식품이나 영양소를 과하게 섭취하는 일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헬스시스템이나 웹엠디(WebMD) 등에서 내놓은 영양·건강정보 데이터를 종합하면, 식재료로 흔히 사용하는 셀러리 줄기에는 특정한 한두 가지의 영양성분이 특출하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열량은 아주 낮고 혈당 걱정도 거의 없다. 중자 셀러리 2줄기(110g 정도)의 1회 제공량(1컵) 열량은 18.70㎉다. 성인 남성 하루 영양섭취기준량(1500~2000㎉)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식후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혈당지수(GI)는 15 수준이다. GI 100을 기준으로 55 이하면 저당지수 식품, 70 이상이면 고당지수 식품으로 분류한다. 섭취량 대비 실제 혈당 상승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혈당부하지수(GL) 역시 1 수준이다. GL이 10 이하면 저혈당 부하식품으로, 20 이상이면 고혈당 부하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셀러리 줄기의 94%(103.29g)가 수분 성분인데다 나머지에서도 2.2%가량은 식이섬유로 이뤄져 있다. 우스갯소리로 ‘셀러리를 먹으면 섭취하는 열량보다 소화하는 데 들어가는 열량이 더 많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해 식사량 조절에 도움을 준다. 소화 과정에서 흡수되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대부분(2.42g 중 2.31g)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화와 배변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등 위장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셀러리 줄기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도 풍부하다. 우선 다양한 비타민 성분이 들어 있어 항염증 및 항노화 작용, 면역체계 강화 등 풍부한 항산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셀러리 1회 제공량엔 비타민K 하루 권장량의 79.61%(55.73㎍)가 들어 있고, 베타카로틴 751.30㎍, 소량의 비타민A·B·C와 엽산 등이 함유돼 있다.
칼슘과 칼륨, 철분,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미네랄) 성분도 상당하다. 이러한 무기질 성분은 체내에선 수분에 녹아 이온을 형성하는 전해질로 작용한다. 전해질은 체내 수분 균형과 신체 기능 조절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수분이 세포 안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노폐물은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돕기에 셀러리의 풍부한 수분 성분과 상승 작용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셀러리는 식이섬유, 칼륨 등 여러 가지 기능성분을 담고 있다.
셀러리의 기능성분 중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혈압 조절 효과다. 칼륨과 마그네슘 등 풍부한 무기질과 비타민K 등의 성분과 프탈라이드라는 식물성 화합물의 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칼륨과 마그네슘, 비타민K 등은 체내에서 혈관 흐름(혈행)을 원활하게 도와 혈압 조절, 혈전 생성 방지 등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프탈라이드 성분의 작용이 특별한데, 이는 혈관을 둘러싼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압 수치를 낮춘다.
이는 미국 시카고대학 의료센터 연구진이 1992년 처음 학술적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쥐에게 셀러리 4줄기 분량에서 추출한 ‘3-n-부틸 프탈라이드’를 매일 공급한 결과, 혈압과 혈중콜레스테롤이 각각 12~14%, 7% 낮아졌다.
당시 뉴욕타임스도 이 연구를 자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이전까지 서구에서 셀러리는 나트륨 함량이 높은 채소로 알려져 고혈압 환자 식단에서 제한하도록 권장됐기에 당시 상식과 충돌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연구 배경도 흥미롭다. 연구진 중 한 명이 베트남계 의대생이었는데, 그 부친이 민간요법으로 고혈압을 개선한 경험에서 연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는 소금 섭취를 줄이라는 의사의 조언 대신 셀러리 113g씩을 매일 섭취한 결과 혈압이 158/96에서 정상 수준인 118/82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임상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후 꾸준히 셀러리 추출물이나 착즙주스 등을 통해 사람의 고혈압 개선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한 연구에선 고혈압 진단을 받은 74살 남성이 6개월 동안 식단에 셀러리 착즙주스만을 추가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약 32㎜Hg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한때 셀러리가 성욕을 증진시키는 ‘천연 정력제’라고 널리 소개되기도 했으나, 실제론 임상 근거가 희박하거나 그 효과가 사실상 미미하다. 이는 셀러리에 포함된 ‘안드로스테론’이라는 성호르몬 유사성분이 알려졌기 때문인데, 실제 함유량은 극미량에 불과하다. 일부 역사적 사실을 엮어 과장해 소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셀러리 섭취를 주의해야 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우선 불용성 식이섬유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다량을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소화과정에서 흡수되지 않는 성분이기 때문에 위장에 가스가 차고 배가 더부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도 날 셀러리의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십자화과 채소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고이트로젠’이라는 성분이 갑상샘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다만, 열을 가해 조리하면 고이트로젠 성분은 비활성화된다.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도 유발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hanihealth/healthlife/11710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