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20대 대학생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병원은 "12년 무사고"라고 홍보를 해 왔었는데, 알고 봤더니 3년 전에도 사망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가 실태를 폭로하고 나섰는데요.
먼저 신재웅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간호사를 꿈꾸던 22살 여대생 정혜림 씨.
1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수술을 받던 중 얼굴이 굳고, 열이 치솟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불과 9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엄마가 꼭 밝혀낼게 혜림아… 너무 보고 싶다 혜림이…"
유가족은 병원 측이 수술을 하면서 호흡이나 맥박, 체온 같은 기본적인 몸 상태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고열에도 응급처치를 제때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故 정혜림 씨 어머니]
"고열이 언제부터 왔는지를 병원에서조차 몰라요. 수술이 다 끝나고 '얼굴에서 약간 열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체온계 갖다가 열을 쟀다는 거에요."
병원 측은 정 씨가 '악성 고열증'이라는 유전적인 질병이 있었다며 과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집도 의사(유족과 통화, 지난해 4월)]
"실수한 거, 단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외동딸을 잃은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안 했다고 합니다.
[故 정혜림 씨 어머니]
"9개월, 10개월 동안 아무 소식, 아무 얘기 없다가…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그런 말 한마디 문자 한통 없었거든요."
경찰은 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집도 의사와 마취를 한 의사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 수술 뒤 숨진 게 혜림 씨만이 아니라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는 지난 2019년 10월, 복부지방 흡입술을 받은 40대 남성이, 수술 며칠 뒤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숨진 남성은 수면 마취를 한 다음 2시간 15분 동안 수술을 받았는데, 다음날 복통과 고열을 호소했고, 결국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숨졌습니다.
[OO성형외과 전 의사]
"환자분이 굉장히 복통이 심해하고, 열이 난다…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하셨고요. 뉴스나 이쪽으로는 전혀 나오지는 않았었는데…"
그런데도 이 병원은 이 사고 이후에도 "개원이래 무사고 병원" "12년간 무사고 병원"이라며 홈페이지와 인터넷에 홍보를 했습니다.
[OO성형외과 전 의사]
"'한 번도 대학병원으로 이송조차 없었던 무사고 병원'이라고 광고를 굉장히 많이 했었고, 그래서 환자들한테 이제 안심을 심어주고…"
MBC 뉴스 신재웅입니다.
이 성형외과에서는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수술 과정을 간호사한테 맡기는가 하면, 돈이 되는 환자를 골라서 과잉 진료를 일삼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운영해온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어서 무리하게 수익을 추구한 건 아닌지, 경찰이 이 부분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어서 지윤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문제의 성형외과는 지난 2020년 9월, 한 채용사이트에 '봉합을 담당하는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올렸습니다.
담당업무는 '슈처'(suture), '봉합'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적었습니다.
수술 부위를 꿰매는 봉합도 엄연히 수술 일부여서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데 간호사에게 맡겼다는 겁니다.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봉합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OO성형외과 전 의사]
"피부를 절제하는 것조차도 간호사가 전담을 했었고요. 대표 원장의 모든 마무리 수술은 간호사가 대행을 했었습니다."
심지어 돈이 안 되는 환자는 돌려보내고, 돈이 되는 환자에겐 과잉진료하는 일도 흔했다고 털어놨습니다.
[OO성형외과 전 의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코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수술하지 말자'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어느 날 가보니 수술이 잡혀 있었고… (이렇게) 돌려보냈다고 하더라도 수술방에 집어넣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대리수술에 과잉진료까지…
이유가 무엇일까.
대표 원장인 의사는 허울뿐이고, 실제 '대표'는 미국 국적의 60대 여성이었다고 전 직원은 주장했습니다.
[OO성형외과 전 의사]
"병원이 사실 대표 원장이 아니라 다른 할머니가 진두지휘하는 그런 모습을 많이 봤고…"
이 여성이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어서, 수익만을 쫓았다는 겁니다.
[OO성형외과 전 의사]
"모든 행정, 그리고 재정, 그리고 돈 쓰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술하다가 (대표 의사가) 불려 나가서 혼나고, (미국인 대표) 생일파티하는데, 박수를 쳐야 해서 수술 중간에 불려서 내려갔다…"
현행법상 의사나 공공기관이 아니고선 병원을 세워 운영할 수 없습니다.
실소유주로 지목된 미국 국적 여성은 "경영을 자문해 준 건 맞지만, 지난달 계약이 끝나, 현재 병원과 아무 관계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소유주 의혹 여성]
"그냥 대표님이라는 존칭을 쓰는 거지. 말을 그렇게 썼을 뿐이죠."
직원들은 '오너' 즉, 병원 소유주로 알고 있다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실소유주 의혹 여성]
"오너(소유주)의 마음으로, 경영에 들어가면 그렇게 일을 해야 돼요. 의사들은 계속 수술을 하잖아요. 다른 병원들도 많이들 경영인을 데려오는 추세예요."
경찰은 이 병원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 외에, 사무장 병원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MBC 뉴스 지윤수입니다.
출처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50386_357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