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연휴가 시작되는 추석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연휴에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행과 함께 꼭 챙겨 가는 게 '약(藥)'이다. 명절 연휴 기간에 해열진통제, 소화제, 파스, 감기약, 화상연고 등을 챙겨두면 도움이 된다. 병의원 휴진으로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할 때는 사용 전에 반드시 의약품 설명서를 읽고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켜 먹도록 한다.
병의원에 가면 거의 모두 약을 처방받는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면 복용법에 관해 설명을 듣지만 금방 잊어버린다. 약봉지에 적힌 '식전 30분' '식후 30분'을 지키려고 하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된다. 이승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약제부 약사는 "약의 다양한 복용법을 잘 이해하고 처방된 용량대로 정확한 복용법과 복용기간 등을 지켜야만 약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미 약사에게 도움을 받아 올바른 약 복용법을 살펴봤다.
왜 식전 30분, 식후 30분, 자기 전 복용?
식사로 흡수가 방해되는 약이나 공복에 먹어야 더 좋은 효과를 내는 약은 식전에 복용해야 한다. 당뇨약 중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 식욕촉진제, 구토억제제, 위산분비억제제 등이 식전 30분에 복용하는 대표 약이다. 또 면역억제제, 항암제, 간질치료제 등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약은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식후를 기준으로 복용하면 저녁식사와 그다음 날 아침식사 사이에 간격이 너무 벌어지기 때문에 밤사이 몸속에 존재하는 약 농도가 떨어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도록 처방하는데, 주로 식사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은 위장·소장을 지나면서 흡수되어 혈액 중에 일정한 농도에 도달하고 유지돼야만 약효를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보통 식사시간은 일정하므로 약을 빠뜨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복용할 수 있고, 일정한 혈중농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식후 30분은 공복 상태가 아니어서 복용한 약으로 발생하는 위장장애를 줄일 수 있다. 복용 시 기립성저혈압으로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수면제, 부작용으로 졸음이 심한 약은 자기 전에 먹는 게 좋다. 변비약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복용을 깜빡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용을 잊은 사실을 빨리 알았다면 바로 복용해도 좋지만, 이미 정해진 복용시간이 한참 지나 다음 복용시간과 더 가까워졌을 때는 다음 복용시간에 정해진 양을 먹는다. 절대로 2회분 이상 약을 한 번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
약을 먹을 때는 충분한 물을 마시도록 한다. 1컵(240㏄) 정도가 적당하며 가급적 따뜻한 물과 복용하는 게 좋다. 너무 차가운 물과 먹으면 위 점막의 흡수력이 저하되고, 뜨거운 물은 약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제(알약)를 먹을 때는 물 양이 많을수록 약의 흡수 속도가 빨라진다.
약은 복용법·용량 지키고 임의 조절 NO
모든 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다. 약마다 몸무게 또는 체표면적에 따라 용법과 용량이 다르다. 또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은 신장 기능에 따라, 간에서 대사되는 약은 간 기능을 고려해 용법, 용량이 상이할 수 있다. 약은 정확하게 용법과 용량을 지켜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환자가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양을 조절해 복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치료에 방해가 되고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울러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몸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부작용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기 힘들 때 투약을 중지하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독단적으로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해서도 안 된다. 약끼리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 간격을 두고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약은 시간을 달리해도 몸 안에서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처방약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생약이나 건강보조식품과 복용해도 간에 손상을 주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한 후 생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먹어야 한다. 알약을 삼키기 어렵다고 가루약으로 만들거나 씹어 먹어도 좋지 않다. 복용법을 바꾸면 약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약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서방형 제제는 복용 후 몸 안에서 천천히 방출되는 제형으로, 가루약으로 만들거나 씹어 먹으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통째로 삼켜야 한다. 장용정은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쉽게 용해되도록 코팅한 제형이므로 알약 그대로 먹어야 한다.
약은 유통기한이 아니라 유효기간
식품과 달리 약은 유통기한이 아닌 유효기간이 표기돼 있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의 허가 사항에 개봉 후 사용 가능 기간이 별도로 표시돼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하며, 별도 지시가 없는 한 일반적으로 처방 일수를 유효기간으로 보고 복용하도록 권고한다.
약 뚜껑은 반드시 닫아서 보관하고, 일단 개봉하면 유효기간을 지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개별 포장된 알약의 유효기간은 박스 개봉 후 1년, 시럽(약품 용기 포장)은 6개월, 가글제는 1개월, 다회용 안약은 1개월, 일회용 안약은 사용 직후 폐기 등이다. 비닐 포장된 조제 가루약(병원 처방, 약국 조제)은 약 1년을 권고하지만 보관 상태나 포장 재질의 밀폐력, 투습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처방전에 적힌 복용 일수 내에 복용해야 하며, 약이 남았다고 해서 집에 보관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폐기된 약품은 유해 폐기물로 분류되는 만큼 일반쓰레기로 버리지 말고 집 근처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 있는 별도의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약 보관은 의사의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원래 포장해준 대로 상온 보관(15~25도)하는 게 가장 좋다. 약국에서 받은 약을 재포장하거나 꺼내어 다른 곳에 넣는 일은 잘못된 약을 복용할 수 있어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약은 일반적으로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고 서늘하며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특정 약물은 빛에 노출되면 쉽게 변색되고 약효가 떨어지므로 차광이 가능한 갈색 봉투나 약통에 보관해야 한다. 인슐린 주사, 안약, 좌약 등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은 냉장고에 넣도록 한다.
약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음료·음식
약은 성분에 따라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 물론 모든 약은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알코올 성분은 대부분의 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생제를 먹는 기간에 음주하면 구토를 일으키고,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은 심박 수와 호흡을 떨어뜨릴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또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매일 3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이 복용하면 간이 손상될 수 있다. 약을 복용할 때 물 대신 마시면 안 되는 음료는 커피, 탄산음료, 우유, 주스 등이다. 커피는 카페인이 약물 대사를 방해하고, 탄산음료는 탄산의 산성이 약물을 식도로 역류시키거나 위벽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 우유는 약물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고, 주스는 과일의 pH가 약물 흡수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 약을 먹을 때 피해야 할 음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속 쓰릴 때 복용하는 제산제는 오렌지주스와 함께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제산제는 알루미늄을 함유하고 있어 오렌지주스와 복용하면 알루미늄 성분이 온몸으로 흡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 과일주스 및 콜라 등과 제산제를 복용해도 위 산도를 높여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포도주스는 고지혈증약(스타틴), 고혈압약(칼슘, 길항제), 안정제(벤조다이아제핀계) 등과 같이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변비치료제는 위장에서 녹지 않고 대장에서 효과를 나타내도록 코팅돼 있는데, 우유는 약의 코팅을 손상시켜 변비약이 대장으로 가기 전에 위에서 녹아버릴 수 있다. 코팅이 위에서 녹아버리면 위를 자극해 복통, 위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유제품을 먹었다면 시간 간격을 두고 변비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 부정맥 치료제, 알레르기 약, 안정제, 고혈압약 등은 자몽주스와 복용하면 약 농도를 높인다. 만약 점심 때 자몽주스를 마셨다면 적어도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바나나나 오렌지는 일부 고혈압 약(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과 같이 먹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혈액을 묽게 해주는 와파린 약을 복용할 때는 비타민K(피가 잘 응고하게 도와줌)가 많이 함유된 녹색채소(녹즙, 콩즙, 양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케일 등)를 갈아서 마시거나 갑자기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을 먹는다고? NO
약은 부작용이 있고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라서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이가 많다. 가장 흔한 사례가 스타틴(고지혈증 약) 대신 오메가3나 크릴오일, 폴리코사놀을 먹는 것이다. 오메가3나 크릴오일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폴리코사놀은 콜레스테롤을 낮추지만 더 중요한 목표인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고지혈증 약을 먹는 게 가장 효과적 방법인 셈이다. 골다공증 치료제를 먹지 않고 칼슘이나 뼈에 좋다는 영양제만 먹는 사람도 많다. 칼슘은 골다공증 치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만, 절대로 골밀도를 높이지는 못한다.
건강기능식품도 부작용이 있다. 식약처 보고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을 먹은 후 부작용이 있었다는 신고가 최근 5년간 4000건 이상 기록했으며 해마다 늘고 있다. 흡연자는 비타민A가 많이 함유된 영양제를 과다 섭취하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88835?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