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만성 콩팥병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신장 손상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감소하는 질병 상태를 의미합니다. 만성 콩팥병은 신장의 손상 정도와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다음의 5단계로 나누어집니다.
- 1단계: 신장 기능의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이 90이상으로 정상이지만, 신 손상의 증거인 소변 검사의 이상 혹은 신장 요로계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동반됩니다.
- 2단계: 신장 기능의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이 60-89로 약간 감소된 상태입니다. 신장 기능 감소에 따른 합병증은 없으며, 기저 질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3단계: 신장 기능의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이 30-59로 중등도로 감소된 상태입니다. 신장 기능 감소에 따른 합병증 발생 여부를 검사하여 치료해야 하며 신장 기능 저하의 진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 4단계: 신장 기능의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이 15-29로 심하게 감소된 상태입니다.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투석 혹은 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 5단계: 신장 기능의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이 15미만으로, 투석 혹은 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의 시작을 고려해야 합니다.
원인
만성 콩팥병의 원인은 지역과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만성 콩팥병의 원인은
당뇨,
고혈압,
사구체질환,
다낭신 등입니다.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의 원인 질환 분포를 보면, 당뇨가 49%, 고혈압 21%, 사구체질환이 10% 정도입니다. 그 외에도 혈관 질환, 유전성 신장 질환, 선천적 요로계 기형, 요로 폐쇄, 아밀로이드증, 요로 결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만성 콩팥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
만성 콩팥병의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변 색이 검붉게 변하거나 소변에 거품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붓거나 혈압이 올라가면서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만성 콩팥병 초기에는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다가,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4-5 단계로 진행하게 되면 쉽게 피곤하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몸이 가려운 등의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면 호흡 곤란, 구역 및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해져 신대체요법을 받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진단 및 검사
만성 콩팥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 손상의 증거를 확인하고, 신장 기능을 측정해야 합니다. 신 손상의 증거는 소변 검사의 이상 혹은 영상 검사에서 보이는 신장 및 요로계의 이상 여부로 확인하게 됩니다. 신장 기능은 혈액 내 크레아티닌(creatinine)을 통해 신장 기능을 대변하는 사구체여과율 (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을 추정하여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상 신기능은 일반적으로 사구체여과율 90 이상을 의미하며, 나이에 따라 정상 사구체여과율의 기준이 다소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혈액 내 요소질소(urea nitrogen) 수치, 전해질 농도와 산-염기 상태가 신장 기능 및 신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데 보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이 감소되었다면, 이것이 갑자기 발생한 급성 신손상인지, 만성 콩팥병인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전에 당뇨, 고혈압 등의 병력이 있었는지, 신독성 약물 복용력 및 신장질환의 가족력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신장 초음파 검사에서 신장의 크기와 모양을 통해 만성적인 변화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고, 요로 폐쇄를 포함한 하부 요로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원인 질환에 대한 확인을 위한 신장 조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치료
1) 만성 콩팥병을 일으킨 원인 질환을 찾고 이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 신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에 대한 관리 및 치료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압은 130/90 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고혈압 약 중에도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것, 즉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복용하는 것이 신장 기능 보존에 유리합니다. 저염식이를 유지하는 것이 신기능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3) 신장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성분이 명확하지 않은 약제, 소염진통제, 신독성 항생제 등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신장 기능의 저하가 진행되어 말기 신부전에 도달한 경우에는 식이 요법이나 약물 요법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신장의 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혈액투석, 복막투석이나 신장 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을 받아야 합니다. 신대체요법은 각각의 치료 방법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의 후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경과 및 합병증
만성 콩팥병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6-1) 수분 및 전해질 이상, 산증 (acidosis; 몸 속의 체액이 산성화되는 경향)
① 나트륨과 수분의 배설이 잘 되지 않아 부종이 생기고 혈압이 높아집니다.
② 전해질 중 특히 칼륨 배설이 잘 되지 않아 혈액 내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지면 이는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칼륨 함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필요에 따라 칼륨을 배설시키는 약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③ 혈액이 산성으로 유지되어 뼈가 약해지고 단백질 영양불량 상태가 올 수 있으므로 필요 시 산성을 중화시키는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6-2) 뼈 질환 및 칼슘, 인(phosphorus) 대사 이상
신장 기능 저하로 몸 속에 인산이 축적되고 칼슘 농도가 떨어집니다. 이에 따라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면서 뼈 속의 칼슘이 빠져 나오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골다공증이 생깁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을 통한 인 섭취를 제한하고, 인의 흡수를 막는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6-3) 심혈관계 이상
나트륨과 수분의 배설이 잘 되지 않아 혈압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 및 체내 노폐물,
빈혈,
고지혈증 등으로 인해 좌심실 비대, 허혈성 심장질환 및 울혈성 심부전(CHF; congestive heart failure)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해 고혈압 및 빈혈, 고지혈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6-3) 빈혈
신장에서는 혈액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조혈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이 분비되는데,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에리스로포이에틴의 합성이 줄어들어 빈혈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빈혈 치료를 위해 합성 에리스로포이에틴 조혈제 주사를 맞고 철분을 섭취합니다.만성 콩팥병 환자는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 국내에서 투석을 받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 70% 정도이고, 특히 당뇨로 인한 말기 신부전의 경우 5년 생존율이 62%로 낮습니다. 이는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인 80%에 비해도 낮습니다.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심혈관 합병증입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될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비례하여 높아지기 때문이므로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대한 철저한 조절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방방법
만성 콩팥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저염 식이를 유지합니다. 혈압은 130/80 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권유되지만, 나이 및 기저 질환에 따라 목표 혈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당뇨가 있는 환자의 경우, 철저한 혈당 조절이 당뇨에 의한 신장 합병증을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비만인 경우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이 중요합니다. 흡연은 동맥 경화를 악화시키고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신독성 약물의 사용은 최소화해야 하며, 성분 미상의 약제, 소염진통제 등은 최대한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식이요법 및 생활가이드
식이 요법은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환자 개인의 영양 상태, 만성 콩팥병의 단계, 전해질 이상 동반여부, 단백뇨의 양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저염 식이와 과도한 단백 섭취의 제한은 공통적으로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권고됩니다. 칼륨 및 인 섭취 제한은 만성 콩팥병의 단계 및 전해질 이상 동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수분 섭취 제한은 만성 신부전 초기 단계에서는 필요치 않으나, 만성 콩팥병이 진행되어 수분 및 나트륨 조절이 어려운 경우, 체액 과다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저염식이와 함께 수분 제한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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