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호흡기내과)

진폐증이란 호흡을 통해 폐에 미세한 먼지인 분진 등이 쌓여 폐의 조작 반응으로 폐가 굳어져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질병입니다. 일반적으로 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면 대부분의 먼지는 기관지의 섬모운동으로 배출되지만 일부 먼지는 폐 내에 축적되어 염증을 일으키며, 장기간 지속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섬유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폐증은 규폐, 석면폐, 활석폐, 탄폐, 시멘트폐 등의 광석에서 비롯되는 직업병의 하나로 석탄가루가 수년에 걸쳐 폐 조직에 쌓이면서 서서히 반흔이 생기고, 이로 인해 호흡 곤란이 생기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호흡 곤란은 더욱 악화됩니다. 석탄가루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탄광 등 분진작업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탄광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점차 탄광업이 쇠퇴하고 안전 지침이 강화됨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문, 조선, 용접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진폐증의 종류에는 규폐증, 탄광부 진폐증, 석면폐증, 용접공폐가 있습니다. 탄광부 진폐증은 석탄합리화 정책 이후 질환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나, 그 외 규폐증은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석면폐증은 건축물해체업, 석면 방직공장 등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진폐증은 폐 속으로 들어온 미세한 석탄가루 때문에 발생하며, 노출 후 수년이 지나면 석탄가루가 폐 조직을 자극합니다. 이런 형태는 단순 탄광부 진폐증이며, 석탄가루에 계속 노출되면 매우 심각한 합병증인 진행성 전격성 섬유증으로 발전합니다. 석탄가루에 규소가 포함되어 있으면 훨씬 더 심각한 증상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진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항상 진폐증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종류의 먼지가 진폐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진폐증을 유발하는 특별한 종류의 먼지가 있습니다. 또한 진폐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이 있습니다. 동일한 분진 작업장에서 동일한 기간 동안 작업하였다 할지라도 어떤 경우는 전형적 진폐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가 하면, 다른 경우는 전혀 진폐증의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 예도 있습니다. 이것은 진폐증의 발생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데, 그 요인들로 과거 직업, 분진의 농도, 분진의 크기, 작업 강도, 분진의 독성, 호흡 방법, 개인차, 환기시설 또는 개인 보호구, 신장, 분진의 신선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진폐증은 그 원인 물질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이산화 규소(silica, SiO2): 돌, 모래 등의 주성분으로 석공들에게 규폐증을 일으킵니다. - 규산염(silicates): 대표적으로 석면폐증(asbestosis)을 일으키는 석면이 있습니다. - 석탄: 석탄은 식물의 화석인데 연료로 쓰기 위해 장기간 채굴해 왔으며 탄광부 진폐증의 원인입니다. - 금속: 베릴륨(beryllium)은 베릴륨폐증이라는 진폐증을 일으키며, 초경합금(hard metal)중 코발트(cobalt) 성분도 진폐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유기물: 면 가루, 담뱃잎 가루, 곡물 가루 등도 진폐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진폐증은 처음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침을 심하게 하고, 기침할 때 검은색 가래가 나옵니다. 운동할 때 호흡 곤란이 발생하며 그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진폐증에서 가장 흔히, 그리고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다량의 담액(쓸개즙) 및 배출곤란, 가슴의 통증(흉통) 등입니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진폐증을 의심하게 하여 검사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진에 노출되는 직업이 확인되고 위와 같은 증상이 있는 것만으로 진폐증이 진단되지는 않습니다.

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진폐증뿐 아니라 모든 직업병을 진단하는데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진폐증은 흡입된 분진의 종류에 따라 규폐증, 석면폐증, 용접공폐증, 면폐증 등 여러 가지로 구분되지만 이들 진폐증이 비슷한 흉부 사진 보이므로 직업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폐증의 종류를 구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분진에 노출된 기간이 매우 길고 진폐증 환자가 경험하는 자각 증상을 호소한다거나 폐 조직 내에 축적된 분진이 관찰된다고 하여 진폐증으로 진단할 수는 없고, 폐에 섬유화성 변화 또는 결절성 변화가 있을 때에만 진단이 가능합니다. 진폐증 유무를 최종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흉부방사선 사진입니다. 진폐증의 조기 변화 여부를 진단하는데 고해상도 전산화단층촬영이 도움이 됩니다. 흉부 X-선 검사 혹은 고해상도 단층촬영술(HRCT)를 이용하여 진폐성 음영을 관찰하며, 이것과 함께 직업력과 증상이 있을 시에 진단할 수 있습니다.

진폐증의 경과는 합병증의 동반 유무와 그 정도에 따라서 다양합니다. 진폐증 그 자체를 낫게 하는 치료법이 없으므로 진폐증만 있고 증상이 없을 때는 치료할 필요가 없고,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작업환경 관리를 통하여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진폐증은 용접공폐와 같이 노출이 중단되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진폐증은 완치가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유해 먼지에 노출이 중단된 뒤에도 질병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치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증상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대증치료를 주로 하게 됩니다. 호흡곤란을 완화시켜주거나 기침과 객담을 조절해 주는 치료와 폐결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단순 진폐증은 작업 환경이 개선된다면 특별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진행성 전격성 섬유증은 원인 물질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더라도 질환이 계속 진행될 수 있습니다. 완치 방법은 아직 없지만, 기관지 확장제나 산소 요법 등은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정기적으로 흉부 물리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폐증 환자는 만성 기관지염과 폐결핵 등의 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증상이 점차 악화하는 경우에는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호흡 부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폐 감염이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으로 폐결핵이 있겠으며, 그 외 기흉, 폐기종,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폐암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꾸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진폐증에 감염되어 합병증이 나타났을 때는 합병증의 치료를 위하여 입원 또는 통원, 재가 요양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진폐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출되는 먼지를 최소화하도록 작업환경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불가피하게 먼지에 노출될 때는 방진마스크를 착용하여 먼지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에 과다한 먼지 노출되었다고 판단된다면 금연을 하여 더 이상의 호흡기질환의 악화를 막아야 하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질병 상태를 파악하여야 합니다. 평소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금연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여 심장과 폐를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