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활택뇌증(Lissencephaly)은 라틴어로 평평한 뇌를 의미하며 특정한 질환명이 아니라 평평한 뇌모양을 보이는 여러 질환들이 포함된 질병군을 말합니다. 정상적인 뇌의 표면은 이랑(gyrus)과 고랑(sulcus)의 복합한 연속체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활택뇌증은 정상적인 이랑이 없거나 일부만 형성되어 매끈한 뇌 표면을 보이게 되고, 비정상적인 층으로 구성된 두꺼운 피질의 특징을 보입니다. 활택뇌증은 뇌이랑없음증(agyria)와 큰이랑증(pachygyria)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뇌이랑없음증은 뇌이랑이 완전히 결실된 것이고, 큰뇌이랑증은 비정상적으로 넓은 뇌이랑을 보이는 것으로 보통 뇌이랑없음증 보다는 증상이 덜 심합니다. 대뇌피질은 정상적으로 6개의 층으로 되어 있지만 활택뇌증은 4개의 비정상적인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은 배아 시기에 신경아세포의 이동장애로 발생합니다.
활택뇌증은 동반된 기형과 발생원인에 대한 여러 형태를 보일 수 있지만 크게 두가지의 아형으로 분류됩니다. 이전에 1형 활택뇌증으로 알려진 전형적 활택뇌증(classic lissencephaly)은 두껍고 평평한 뇌이랑을 보이며, 대뇌피질이 비정상적으로 4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활택뇌증에서 1형은 처음에는 4층 활택뇌증에 대해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2형을 제외한 모든 활택뇌증에서 사용합니다. 전형적 활택뇌증은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뇌량 무형성증, 소뇌 저형성증 같은 다른 뇌기형을 동반하는 증후군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전에 2형 활택뇌증으로 알려졌던 조약돌 기형(cobblestone lissencephaly)은 흔히 눈의 기형과 선천근육퇴육퇴행과 관련되어 나타납니다. 이 기형과 관련된 증후군으로는 Walker-Warburg 증후군, Fukuyama 선천근육퇴행위축, 근육-눈-뇌 병(muscle eye brain disease)등이 있습니다.
증상
활택뇌증은 출생 시에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경련, 심한 발달지연, 지능저하 등의 신경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신생아기에는 근긴장저하(hypotonia)를 보이다가 영아기 이후에는 강직증상(hypertonia)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유문제, 성장지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작은 머리 크기(microcephaly)를 보일 수 있습니다. 얼굴 모양은 정상적일 수 있으나 작은 턱이나 양측 관자놀이가 약간 꺼진 것 같은(bitemporal hollowing)과 같은 약간의 얼굴기형을 보이기도 합니다. 전형적 활택뇌증인 Miller-Dierker 증후군은 특징적인 얼굴 모습(앞이마의 돌출, 양측두부의 함몰, 코가 짧고 위로 향해 있는 콧구멍, 윗입술 돌출, 작은 턱)과 함께 심장 기형, 신장기형, 제대 탈장 등의 다른 기형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조약돌 기형 혹은 활택뇌증은 흔히 눈의 기형과 선천근육퇴행위축을 보입니다.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지능저하 심한 근긴장저하, 경미한 원위부의 경직, 시력저하를 보입니다. Walker-Warburg 증후군이 가장 심하고 Fukuyama 선천근육퇴행위축과 소뇌낭을 가진 지능저하의 경우 가장 경한 증상을 보이며 근육-눈-뇌 병은 중간 정도의 증상을 보입니다.
원인
활택뇌증은 초기 뇌 발달 과정 중 신경세포들이 최종 목적지로 이동하여 대뇌피질의 여섯 층을 형성하는 과정 중 신경세포들의 이동 장애에 의해 발생합니다. 신경세포는 뇌가 처음 형성될 때 뇌실 구역이 불리는 뇌의 한 부분에서 형성됩니다. 그곳에서 방사성 교세포로 알려진 다른 세포들을 따라 바깥쪽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여 피질 표면에 도착합니다. 신경세포들이 이동할 때 다양한 신경전달 신호가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들은 복잡한 분자 구조에 의해 조절됩니다. 출산 전 감염, 태아 뇌의 산소 부족 등도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 유전자들이 활택뇌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세포들의 이동에서 이 유전자들의 역할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3-1) 전형적 활택뇌증 :
전형적 활택뇌증은 염색체 17p13.3에 위치하는 PAFAH1B1 유전자(이전에는 LIS1 유전자라고 불림)의 돌연변이 또는 결실에 의해 발생합니다. 독립적 활택뇌증(Isolated lissencephaly)를 가진 대부분의 영아는 PAFAH1B1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결실만을 보이는 반면, Miller-Dieker 증후군을 가진 영아는 대부분 PAFAH1B1 유전자뿐만 아니라 추가로 17번 염색체에서 인접한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결실을 동반합니다. 따라서 활택뇌증 뿐만 아니라 다른 연관된 장기의 기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Miller-Dieker증후군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독립적 활택뇌증 환자들보다 증상이 심하고 완전한 무이랑증을 보입니다. DCX와 ARX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위치하며 이 유전자들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활택뇌증을 X 염색체 연관 활택뇌증(X-linked lissencephaly 1,2) 이라고 합니다. DCX와 ARX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뇌 발달과정에서 신경세포들이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조절합니다. ARX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전형적인 활택뇌증 뿐만 아니라 수두증 같은 다른 뇌기형, 비정상적인 생식기, 심한 뇌전증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Norman-Roberts 증후군을 유발하는 RELN 유전자도 활택뇌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상염색체 열성 유전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TUBA1A, NDE1, KATNB1, CDK5와 같은 다른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활택뇌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는 LIS1 및 DCX와 분자 기능을 공유하며, 태아의 뇌 발달 동안 신경세포의 이동에 필요한 물질들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2) 조약돌 기형 :
조약돌 모양의 활택뇌증과 관련된 증후군들은 현재까지 모두 상염색체 열성의 유전패턴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육 침범이 있는 조약돌 기형 증후군은 근육 생검에서 저포도당화된 α-dystroglycan을 보여 dystroglycanopathy라고도 부릅니다. α-dystroglycan은 말초당화세포막단백으로 많은 세포외기질단백과 결합하는데 이러한 결합이 약한 경우 골격근이 약화되고 위축됩니다.
진단
진단은 보통 신경학적 영상 진단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자기공명영상(MRI)또는 컴퓨터 단층촬영(CT)에서 매끈하고 평평한 대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의 활택뇌증에서는 뇌들보 무형성, 소뇌 저형성과 같은 다른 기형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PAFAH1B1(LIS1) 또는 DCX 유전자 등 유전자의 이상을 밝히기 위해 유전학적 검사를 수행할 수 있으나 유전학적 검사가 진단에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치료
활택뇌증의 치료는 소아신경 전문의와 재활의학 전문의에 의해 진행됩니다. 아직 활택뇌증의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며 임상 증상에 따른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뇌전증의 치료를 위해 항경련제를 사용할 수 있고 근 긴장도가 증가된 경우 근육 이완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운동 발달 지연이 있거나 근육의 강직이 있는 경우 물리치료를 합니다. 유전학 전문의 및 소아신경 전문의는 가족계획에 대한 상담 및 조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활택뇌증을 가진 환아들의 예후는 기형의 정도와 원인 유전자에 따라 다양합니다. 많은 경우 심한 발달 지연과 지능저하를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증상이 경미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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