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폐쇄혈전혈관염 또는 폐색성 혈전 혈관염 등으로 불리는 버거씨병은 주로 하지 또는 상지의 동맥 중에서 비교적 직경이 작은 중소 동맥에 염증이 생겨 동맥의 흐름 방해를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팔, 다리가 썩는 질환으로 1908년 이 병을 발표한 미국의 레오 버거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동맥경화증과는 달리 말초 동맥과 정맥이 혈전으로 막히거나 염증 때문에 막히며 혈관 주변에는 심한 염증이 있지만 혈관 벽의 구조는 비교적 유지되는 특징을 갖습니다. 전형적으로 젊은 남성 흡연자에서 잘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초기에는 냉감, 파행증이 나타나나 병이 진행함에 따라 휴식 시 통증, 궤양 그리고, 괴사까지 유발하여 심할 경우 절단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서양보다는 중동 또는 극동지방, 즉 한국, 일본, 인도 등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말초 혈관질환의 약 0.75%정도를 차지하며, 서유럽의 경우 0.5-5.6%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인도에서는 45-63%, 한국 및 일본에서는 16-66%로 높은 빈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주로 흡연 중이거나 흡연의 과거력이 있는 젊은 남성에게 잘 발생하며, 대개 40세에서 45세 이전에 첫 증상이 나타납니다. 서구에서는 근래 여성 흡연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원인
버거씨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흡연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그 외에 면역학적 원인, 동맥 내막의 기능이상, 혈액응고기전의 이상 등이 이 질환의 발생에 관계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버거씨병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젊은 남성, 특히 40대의 장년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여성 흡연자의 증가로 여성 환자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흡연과의 연관성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인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자가면역 현상이 유력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자가면역 현상이란 인체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면역계가 오히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간접흡연이 버거씨병을 유발시킨다는 증거는 없으나, 버거씨병의 급성기에 증상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흡연이 물론 버거씨병의 발생과 진행에 중추적 역할을 하지만, 흡연자 중 오직 소수만이 버거씨병을 앓게 되는 것을 볼 때 이 외에도 다른 원인들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남성 대 여성의 발병 비율이 100:1이었지만 최근의 의학문헌에 의하면 거의 3:1 정도의 발생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에서 버거씨병의 발병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으며, 아주 드물게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버거씨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버거씨병의 원인으로 혈액 응고체계의 이상,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상 또는 면역학적 요인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확실치 않으며,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유전적 원인이 있을 것이라 추정은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버거씨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증상
버거씨병은 사지 말단과 피부, 말초신경 등에 증상을 보입니다.
1) 사지 말단
초기에는 비특이적으로 종아리, 발, 발가락의 통증으로 시작합니다. 점차 진행하여 혈전과 혈관염이 심해지면 팔다리나 손발가락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결국 괴사, 조직의 손실, 절단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말단의 혈관에 이처럼 극심한 폐쇄가 일어나더라도 폐, 심장, 신장 등 혈관 분포가 높은 내부 장기는 대부분 정상이라는 점입니다.
2) 말초신경
질환의 초기에서 나타나는 종아리, 발, 발가락의 통증은 신경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의 이상은 정맥과 동맥을 감싸고 있는 조직의 두꺼워짐 때문에 생길 수 있으며, 신경 자체의 침범으로 인한 것은 아닙니다.
진단/검사
혈관조영술을 통해 특징적인 혈관의 모양이 관찰되고, 혈액검사에서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다른 질병들을 배제하면 버거씨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버거씨병에서는 혈관이 꼬인 듯한 코크스크루(Cock screw)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다른 혈관염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1) 혈액 검사
실제 버거씨병을 진단하기 위한 혈액검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버거씨병과 감별해야할 유사 질환들과 구분하기 위해 여러 혈액검사들을 시행합니다.
2) 혈관 검사
① 혈관 조영술
과거부터 혈관질환에 가장 표준이 되는 검사였으나, 대퇴동맥부위를 직접 천자해야 하는 침습적인 검사로 현재 여러 다른 검사들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버거씨병의 경우 혈관 조영술 상 말단 부위 혈관이 막혀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징적으로 막힌 부위 주위로 꽈배기 모양의 옆가지 동맥들이 발달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② 혈관초음파 검사
해부학적으로 동맥의 막힌 부위를 파악할 수 있으며, 혈류 속도나 혈류량 측정과 같은 생리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정맥내 혈전유무를 파악하여 표재성 혈전정맥염을 진단하는데도 유용합니다. 하지만, 검사결과가 검사자의 숙련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③ 컴퓨터단층촬영(CT)
현재 기술의 발달로 혈관조영술과 유사한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④ 자기공명 영상(MRI)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하여 혈관의 영상을 얻을 수 있으나, 혈관조영술이나 컴퓨터단층촬영에 비해 해상도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⑤ 기타 혈관검사실 검사
운동 부하검사, 구역별 사지압(Segmental limb pressure) 측정 및 맥박 용적 기록 등 비침습적 혈관검사들이 있습니다.
3) 감별 진단
혈관이 막혀서 앞서 언급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경우, 버거씨병과 감별해야할 질환들로는 동맥경화증이나 색전증, 각종 혈관염, 혈액 응고항진상태, 그리고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며, 그 외에도 피부경화증과 같은 결체조직질환이나 반복되는 외상(직업상 진동에 노출되는 경우 등)에 의한 혈관 폐색과도 감별이 필요합니다.
감별이 필요한 주요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죽상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
② 심내막염(Endocarditis) : 심장 내 염증이 생기는 것
③ 결합조직 질환과 관련된 심한 레이노 현상(Raynaud’s Phenomenon)
(예: Lupuscleroderma)
치료
버거씨병의 치료는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대증요법과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완화시키기 위한 지지요법(Supportive therapy)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재까지 병의 진행을 막고 절단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일하게 입증된 것은 완전한 금연입니다. 보존적인 치료방법으로 혈액에서 혈전의 형성을 막아주는 항혈전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혈관 확장제, 염증을 막아주는 소염제, 항생제, 그리고 통증을 제거할 수 있는 진통제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중재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경과/합병증
진단 후 즉각적인 금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병이 계속 진행되며, 결국 침범된 부위의 혈액 공급 차단으로 절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예방법
금연이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식이요법/생활가이드
금연이 질병의 진행을 막는 유일한 치료법임을 인식하고, 환자의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합니다. 금연을 하다가 실패할 경우 침범된 사지 부위를 절단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금연에 도움을 주는 각종 약제, 패치 등이 있으므로 의사와 의논하여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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