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성분과 항생제 구실을 하는 황 화합물이 들어 있다. 또 혈압과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전(피떡) 생성을 막는 성분도 들어 있다. 마늘이 심장 건강에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숯불 등에 고기를 직접 구우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기는 데, 이 때 마늘을 곁들여 먹으면 이 발암물질 때문에 손상된 유전자(DNA)를 복구하거나 손상된 유전자가 암 세포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처럼 몸에 좋은 마늘도 강한 향 때문에 먹기에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최근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만한 조리 방법이 발견됐다. 마늘의 혈전 예방 효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냄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대학 농학자들은 마늘을 생으로 먹지 않고 익혀서 먹을 때와 조리 전에 마늘을 으깰 때 각각 혈전을 예방하는 성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통마늘과 으깬 마늘을 가지고 각각 삶거나 굽거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익혀본 결과, 으깬 뒤 살짝 익히거나 구웠을 때에도 생마늘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혈전 예방물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마늘을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했을 때에는 마늘의 혈전예방 성분이 대부분 사라졌다.
학술지 <농업 및 식품화학>에 실린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마늘을 생으로 먹어야만 마늘의 심장병 예방효과를 완전히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연구진은 마늘을 으깬 뒤 익혀 먹으면 냄새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마늘의 효능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면서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것을 권했다.
식품은 조리방법에 따라 식품 고유의 특성과 영양가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식품은 익히면 영양가 및 효능이 상당 부분 사라지지만 익혔을 때 오히려 장점이 늘어나는 식품도 있다.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는 ‘라이코펜’이 대표적인 예다.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라이코펜은 토마토를 살짝 가열하면 오히려 그 양이 늘어난다. 따라서 각 식품의 조리 방법을 잘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식당에서 고기를 불에 구워 먹을 때 마늘을 알루미늄 종지에 담아 불판에 올려놓거나 직접 불판에 올려 익혀 먹곤 한다. 앞으로는 마늘 냄새 걱정을 덜고 마늘의 효능을 그대로 누리기 위해 마늘을 으깨 달라고 주문한 뒤 불판에서 익혀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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