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칸파이=호두파이?’
아니다. 피칸파이는 피칸(pecan)으로 만들고, 호두파이는 호두(walnut)로 만든다. 흔히 구별 없이 쓰지만 사실 피칸과 호두는 모양도 맛도 다르다. 호두는 둥글고 주름이 많지만 피칸은 길쭉한 데다 서너개의 줄이 잡혀 있다. 호두는 금색에 가까운 살색, 피칸은 짙은 갈색이다. 크기도 호두가 약간 더 크다. 무엇보다도 피칸은 호두와 달리 국내에서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럼 맛은 어떨까? 비슷하다. 꼭꼭 씹으면 차이가 느껴진다. 호두가 바삭거리고 고소하다면 피칸은 약간 눅진하면서 끝맛이 달다.
제과점 진열대에 ‘피칸(호두)파이’라고 적혀 있을 만큼 피칸과 호두는 혼동돼 쓰인다. 파이를 만들 땐 일단 오븐에 구워 고소한 맛을 더한 뒤 빻는다. 모양 좋은 몇 알은 장식용으로 올린다. 피칸과 호두를 섞거나 아몬드·땅콩을 더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호텔 제과점에서는 외국인 입맛에 맞춰 호두 대신 피칸을 넣은 ‘호두 없는 호두파이’를 많이 판다. 시중에서는 피칸 대신 호두를 넣은 ‘피칸 없는 피칸파이’도 쉽게 볼 수 있다. 피칸이 호두보다 비싸고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칸은 호두보다 약 1.5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피칸 100g 3000원, 호두는 2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글 최명애·사진 박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