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달에 턱 윤곽 2종하고 쓰는 후기
성형후기 게시판에 올리기엔 잡설이 긴 것 같아 수다 게시판에 올렸음. 잡도리가 많고 지금은 없는 병원이니 적당히 걸러서 읽어
일단 사각턱이 없고 턱끝이 긴 얼굴형이라 턱끝 위주로 함. 얼굴 조화에 안 맞게 돌려깎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예뻐지는 걸 선호하는데, 원장님이 그런 미적 안목이 있으신 편인 것 같다고 느낌. 과하게 불필요한 깎음을 추천해주시지 않고 어디가 가장 필요한지 바로 짚어주심. 그리고 안전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손품 팔 때, 원장님을 대면할 때 느꼈음. 그래서 당일 상담받고 당일 예약 걸었음.
신경선이 낮은 편이라 최대한 절제해도 많이는 못 줄이는 상황이었음. 그리고 결과적으로 수술 후에 현재까지 왼쪽 앞턱에 감각이 약간 둔한 문제가 있음. 촉각이 있지만 마취 덜 풀린 것처럼 둔한 느낌? 거의 1년 지난 시점에서 보니, 당시 원장님이 더 예쁘게 깎고 싶은 마음에 신경선을 실수로 건드린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이해가 됨. 왼쪽 턱이 오른쪽에 비해 비교적 덜 깎인 듯함. 내가 원래 신경선이 왼쪽이 더 낮아서 그랬나봄. 본인 아니면 모를 차이라 만족하면서 살고 있음.
아무튼 부작용 있어도 후회 안 함. 워낙 턱이 긴 게 콤플렉스여서 스트레스성 여드름을 달고 살 정도였는데, 지금은 여드름이 싹 사라짐. 이제서야 초딩 때부터 만개한 여드름이 스트레스성이었고 내가 그렇게까지 대인기피증에 여드름 피부로 살아왔던 원인이 턱 콤플렉스였다는 걸 알게 됐음. 그 정도로 노이로제에 시달려 살았으니 이 정도 부작용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함.
어차피 이제 영업 안 하는 병원이니 누가 찾아보겠나 싶어서, 사담 곁들여 적어보자면 나는 윤곽하려고 스물 초반에 돈 모아서 붓고, 부모님한테 일절 말 안하고 수술 붓기 빠질 때까지 기다렸음.
수술대에서 내려오고 붓기 빠질 때까지 3주간은 밤산책 외에 외출을 안 했는데, 남친이 옆에서 계속 있어줬음. 우울하면 집 밖으로 안 나가려고 하는 성향이라 붓기 빼려면 산책해야 한다며 남친이 자주 집 밖으로 끌고 나와줬음.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면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을 듯. 그리고 부모님은 3개월 뒤, 동생에게는 윤곽 사실을 반 년 뒤에 알려줬음. 힘들고 못생긴 모습 숨기고 깔끔하게 예뻐진 모습만 가족에게 보여준 거임. 요약만 들으면 성형에 미친 애ㅋㅋ 같지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의 나에게도 꼭 필요한 수술이었다고 생각함.
올해 초에 검색해보니 병원 문 닫았던데 아쉬움. 원장님께 감사 인사 드리고 싶었음. 수술 이후로 내원 계속 잡아주시고, 붓기와 감각 둔한 것도 계속 신경써서 봐주셨음. 수술은 수술이고 그 이후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계속 경과를 봐주시는 자세가 좋았음.
윤곽 손품발품 팔면서 각종 커뮤니티들 매일매일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들 하지 말라고 하는 글이 많았음. 하지만 난 정말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함. 그리고 할 거라면 모양도 모양이지만 안전하다는 것으로 홍보하는 병원을 1순위로 찾아다녔으면 함. 나도 안전한 수술로 유명하고, 안전한 것에 자부심 있는 원장이 있는 갸름한에서 했는데 부작용 있었음. 다른 곳은 여기보다 부작용 케이스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듯. 꼭 안전하게 찾아보길 바람.
그리고 아주 살짝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수술대에 겁없이 오르지 않길 바람. 눈코 하고 윤곽까지 하면서 크게 느낀 듯. 내가 샤대 나와서 더 크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고학력 집단일 수록 다른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외모가 위계가 낮아지는 듯한 인상을 받음. 아님 말고), 주변 사람은 생각보다 일정 수준만 넘으면 외모를 그리 중요하게 보지 않음. 물론 이 ‘일정 수준’이 참 주관적인 거지만. 내 콤플렉스를 없애는 선에서만 수술하고 이후에는 오롯이 자기 계발이 중요하다 생각함.
살짝 마음에 안 든다고 이것저것 고치면, 장기적인 관점을 봤을 때 부작용 생길 확률이 올라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함. 만약 고치고 싶다면 시술 선에서 최대한 조금씩 도전해봤으면 함. 무턱대고 턱턱 고치지 말고(눈코 하던 과거의 내가 그랬듯), 리프팅을 하든 필러를 하든 최소한의 견적으로 해보길 바람. 수술을 하는 건 신중하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음.
성형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 하기에는 나 자신도 이 곳도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만.. 떠나기 전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라서. 무엇보다 외모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평가하는 집단에서 오래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람. 과거의 내가 그랬듯, 외모를 1순위로 여기게 되면 사람이 자꾸 속으로 썩어들어가게 됨. 그리고 외모를 1순위로 두는 집단은 장기적으로 나에게 어떠한 이익도 주지 못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윤곽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함..ㅋㅋ 객관화는 되어있음. 갑자기 해탈해서 일침 놓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과거의 내가 생각 나서 적어봄.
윤곽을 마지막으로 내 외모에 만족해서 성형판을 뜰 거라 한 번 끄적여봤음. 어디 다른 데 얘기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