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기에 좋다는 어지간한건 다 해보고 있는 것 같다. 수술 전 상담할때도 병원을 통해 시네크를 사 꾸준히 먹었고, 피통도 수술 당일 다음날 아침에야 뺐다. 그리고 걷는게 좋다 하여 밤마다 마스크에 모자쓰고 몰래몰래 동네를 최소 30분씩 돌고 있는 중이다. 자취중이라 보통 편의점 가서 물 사오기, 본죽 가서 죽 사오기 등 미션을 두고 출발하는 편이다. 수술한지 둘째 날에 생리가 터져버려 귀찮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이게 붓기를 더 붓게 만드는건 아닌지 아등바등 하며 성예사를 다 뒤진 것 같다.
셋째날 붓기는 최고조였지만, 통증은 첫째, 둘째날에 비해서 훨씬 완화되었고 이날 까지도 주스만으로 연명했다. 생각없이 심부름 어플로 건강 스무디를 세 개나 시켰다가 스무디도 못먹는 나에게 절망하고 그냥 주스랑 우유만 마셨다.
넷째날부터는 베스킨라빈스 수저정도는 들어가기 시작했다.
본 죽에서 죽을 완전 미음처럼 갈아달라 요청한 뒤 베라에 가서 쿼터를 한통 사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죽과 함께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확실히 아이스크림은 건더기가 없는 종류로 고르길 잘 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순간 아랫입술과 턱에 감각이 없어 다 흘리면서 먹을지언정 기분은 좋았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가글을 했다. 근데 둘째날부터 있어오던 치통과 함께 입술이 미친듯이 붓기 시작했고 앞턱이 얼얼하게 아팠다. 그래도 잠시 뿐이겠지 하며 마지막 시네크와 처방받은 약 한봉지를 먹고 잠들었다.
그리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다섯째날 오늘, 유난히 많이 부었었던 입술이 두 배는 더 부어 진짜 터지기 직전인것같다. 사람의 입술이 이 정도까지 부을 수 있나 싶어 경이롭다가도 앞턱은 계속 얼얼 따끔거리고 아무래도 염증인지 싶어 여간 신경쓰이는 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오른쪽 눈의 눈썹은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얼굴이 정상화 되기엔 아직 먼 것 같은데, 정말 내가 큰 수술을 했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입술 걱정에 염증 관련 글을 여기저기 찾아보니 다들 너무 고생하는게 모니터 너머로도 훤히 보인다.
나는 얼굴 라인은 울퉁불퉁함이 거의 없었지만 오밀조밀 예쁜 이목구비에 비해 눈 옆 여백, 즉 얼굴 폭이 너무 넓고 넙데데한게 평생 콤플렉스였어서 수술을 감행했는데, 이 와중에도 안전한 수술법을 최고로 미는 병원을 한참을 물색했고, 학회에 활발히 출석하고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 위주로 골랐다. 그게 문제였던 걸까. 어렴풋이 만져지는 나의 줄어든 뼈는 딱 병원에서 얘기한 한쪽당 7미리정도 줄긴 한 것 같다. 하기 전 후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사각턱의 각짐을 사랑했는데, 단순히 정면효과를 위해 모두 쳐냈다. 앞턱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싶고 빨리 사회로 복귀하고 싶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희망을 품게 되긴 한다. 붓기가 빠진 뒤의 내 모습에. 드디어 머리를 묶고 다닐 수 있을까 싶고, 이렇게까지도 했는데 그대로라면 더 한 악몽의 시작이 될것 같다.
아무튼, 지금으로선 붓기가 제일 심하다는 둘 셋째날에 비해서도 두배는 부은듯한 입술을 해결하는게 급선무이지 않나 싶다. 하루 하루 미션이 찾아오고있다. 입술과 앞턱 그리고 그 주변이 아랫니와 그 잇몸을 포함해 너무 딱딱하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