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및 시술에 1도 관심 없다가 얼마전 친구가 가슴 지방이식을 한걸 보고 혹 해서 꽤나 충동적으로.....(여러분은 그러심 안대요..) 가슴 지방이식을 했습니다.
사실 지방이식을 한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아서 수술 경과 후기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저처럼 수술 초짜들을 위한 수술 과정 후기를 남겨드릴까 합니다.
처음 가슴지방이식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이제는 꽤 보편화 된 나름 간단한(?)지방 이식이라는 이미지와 내 뱃살과 팔뚝살을 가슴으로 옮길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찬 생각 때문이었으나 상담실장 언니의 말로는 (꽤나 날씬한편인 저는;;;) 배나 팔뚝에는 충분한 양질의 지방이 없어서 어렵고 허벅지쪽 지방이식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에 홀렸는지 인바디 측정 후 바로 예약을 하고 2주 후로 날짜도 잡고 그날부터 금주 및 몸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수술 전 지정된 병원에서 가슴초음파를 받아야 한대서 수술1주일 전에 초음파 후 특이사항 없다는 진단서도 받아왔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수술에 대한 두려움에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도 하다가 워너비 몸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있었습니다.
드디어 수술 당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처방전을 주시며 약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소독약과 소독부위에 바르는 방수메디폼, 그리고 소염 진통제 등으로 구성된 6일치 알약 3만 얼마? 정도 되더라구요.
병원으로 돌아와 안내해주는 탈의실로 가서 병원에서 주는 일회용 팬티를 입고 좌욕 할때 입을 법 한 긴 치마를 가슴까지 올려입고 그 위에 샤워가운같은 걸 걸치고 생각보다 긴 대기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얼마나 대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병원 언니의 부름에 따라가보니 사진체크를 한다고 했습니다. 부직포같은 일회용팬티 한잔 덩그러니 남기고 부끄부끄한 사진촬영이 이어졌습니다. 제 모습이 불편해보였는지 찍어주던 언니가 얼굴은 안찍고있고 인터넷에도 올리는 사진이 아니라 원장님이 수술 경과를 보기위한 사진이라며 안심시켜주는 멘트를 날려주었지만 조명아래 적나라한 제 모습을 보아하니 그동안 힙업운동좀 더 할걸 이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사진을 찍은 후 또 대기시간...을 거쳐 이번엔 수술 원장님과의 면담이 이어졌습니다. 사진과는 좀 다른 원장님 모습에 깜놀. 실물이 나으셨음. Anyway 짧고 친절한 면담 후 원장쌤이 디자인을 하신다는 말씀에 다시 그 부끄부끄 사진방으로 소환되었습니다. 이분은 의사쌤이고 내 몸은 그냥 고기덩어리라는 생각을 가지니까 오히려 사진찍을 때보다 덤덤했습니다. 쌤의 몇번의 터치로 허벅지와 가슴에 매직으로 그린 고등선들이 생겼고 또 한번의 사진촬영 후 다시 대기에 들어갔습니다.
수술 시간이 임박하자 간호사 언니가 가글을 주면서 화장실가서 소변도 보고오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는데 그동안은 한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간호사 언니들 두세분이 분주하게 준비중이시고 그 중 한 언니는 저를 홀딱 벗겨놓고 분무기에 담긴 빨간 소독약을 온몸에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때 좀 멘붕이 온게.. 나체의 몸에 빨간 소독약을 흥건할때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바르니 살해 현장 같기도하고.. 이렇게까지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무지했던 저는 지방이식이 엄청 간단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수술을 시작하는 느낌과 아 내가 오늘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막 밀려 들었습니다. 분무기 한통을 거의 다 쓰고나서 소독이 된 새로운 일회용 속옷으로 입혀주고 머리에 샤워캡 같은것도 씌워주고, 수술 침대에 오르기 전에 소독이 안된 발바닥을 신줏단지 모시듯이 일회용 싸개로 감싼 후 전 수술대에 엎어져 누웠습니다.
그리고 주사바늘을 꽂고 뭐라뭐라 실없는 이야기를 좀 나눴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비몽사몽깨서 일어났더니 간호사 언니들이 어디서 찾았는지 내 팬티를 입혀주고 있었습니다. 계속 일회용 팬티를 입고있다가 만난 진짜 내 팬티가 왜 그리 반가웠는지 어머 내팬티다라며 빙구 웃음과 함께 팬티를 반기고 있자 얼른 입으시라며 재촉하는 언니에게 내 팬티 어디서 찾으셨냐며 이거 진짜 내팬틴데~ 라는 말을 읖조리다가 팬티를 입으려 침대에 앉는 순간 엉덩이가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엉덩이가 너무 아파요 라며 징징대다가 다시 팬티를 입고.. 나머지 옷은 언제 어떻게 입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러고 전 회복실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자면 되나요? 라는 물음에 간호사 언니는 주무시면 안돼요 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지만 자고싶어도 밀려오는 허벅지와 엉덩이 통증에 잠을 잘 수는 없었습니다. 수액을 맞으며 한시간 정도 쉬었을까 중간중간 물도 주고 상태를 체크하러 들어오는 간호사 언니들에게 또 실없는 이야기를 반복하다가 집에가기 전 진통제 한방 맞고 다음날 소독 예약도 잡고 택시에 겨우 몸을 구겨넣으며 집에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