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앉아있는 습관은 흡연만큼이나 나쁘다.”
이는 ‘오래 앉아서 지내는(sedentary)’ 생활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내분비학자인 제임스 레바인 박사가 “앉아있는 것은 새로운 흡연 습관”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로 인해 언제부턴가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이 등장했고, 엘리베이터 대신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라는 충고를 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오래 앉아있으면 척추에 부담이 증가해 등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활동량이 줄어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진짜 흡연과 비교할 정도로 건강에 해로울까?
오래 앉아있는 습관을 백해무익한 흡연과 비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고 지나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 대니얼 리버만 교수도 앉아있는 생활이 담배만큼 안 좋다는 문구가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지적한다. 매우 과장된 표현이란 것.
앉아있는 것이 나쁘다는 논리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시작된다. 오늘날처럼 가만히 앉아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와 달리,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는 몸을 움직여야만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했다. 즉, 사람의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리버만 교수는 우리가 수렵·채집인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고대 인류는 오늘날처럼 건강에 신경 쓰지 않았다. 생존과 번식에만 신경 썼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굳이 쫓아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주로 앉아있는 생활이 고도로 산업화된 이후 형성된 습관이라는 점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 오늘날과 같은 책상과 의자가 없었을 뿐, 그들도 하루 10시간씩 앉아있는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앉아있는 것이 흡연만큼이나 나쁘다는 주장은 선택의 여지없이 앉아있어야 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큰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15년 코호트 연구에 의하면 앉아서 일하는 업무 환경과 심장질환 위험률 사이의 상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6만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 비슷한 결론이 내려졌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볼 때 리버만 교수는 의자를 마치 담배처럼 ‘악’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설명한다.
단, 신체활동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은 앉아만 있는 생활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평소 신체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들은 근육과 뼈를 강화하고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별도로 꼭 해야 한다.
업무시간 하루 종일 앉아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도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한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리버만 교수의 설명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30분에 한 번, 가능하다면 10분에 한 번씩 1~2분간 일어났다가 앉는 것이 좋다. 그것만으로도 혈액 내 지방과 당의 양을 감소시키고, 근육에서 항염증 작용을 하는 분자들을 생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출처 :
http://kormedi.com/1334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