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20대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40-50대는 직장의 경영난으로 정리해고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는 커플들도 많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친척 간 타박을 하기 보다는 위로와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돈들이지 않고 상대방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따뜻한 말 한 마디다. 상대의 화를 돋우는 말보다 따뜻한 조언을 해보자. 남 탓을 하기 전에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아쉬울 때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지금도 통한다.
◆ “라떼(나 때)는 말이야…” 화병 돋우는 말들
최근 20대의 취업난은 개인의 능력을 떠나 사회 전체의 경제난과 관련이 깊다.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이 대폭 감소해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아들, 딸에게 “라떼(나 때)는 쉽게 취업했는데 말이야…”라는 ‘과거 회상형’ 아버지는 최악이다. 죽어라 공부해도 취업이 안 되어 밤잠을 못 이루는 자식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이다.
화병은 중년 여성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젊은 사람이라도 억울한 감정이 쌓였는데 표출하지 못하면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화병(火病)을 울화병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면 병이 되는 것이다. 화병은 우울증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루는 질환이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지만 우울증과는 차이가 있다. 분노, 억울함과 같은 감정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억누르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다양한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옆 집 철수는 00 대기업에 합격했다는데…”
“사촌 동생이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너는 뭐하니?” “엄마가 옆에 있어줘야 할 시기이니 회사 그만두는 건 어떠냐?” “결혼은 언제 하니?” “영수 아빠는 이번에 임원으로 승진했다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무심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표현하는 말이 오히려 채근당하는 느낌을 주어 상대방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오히려 상대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격려하는 게 좋다.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면 감정적으로 지지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 감정을 표현 못하고 억누르기만 한다면…
화병 환자는 역시 중년 여성들이 많다. 자녀는 몇 년째 취업을 못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이 폭언까지 한다면 중년의 어머니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속에서 열불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그저 삭이는 경우가 많다. 중년 여성이 화병을 앓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안명희 서울아산병원 교수(건강의학과)는 “한국 사회에서 화병은 남편 혹은 시댁 어른들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우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기에는 피해자로서의 억울한 감정과 방어할 수 없는 외부 요인 혹은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실패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감정을 억압하고 억누르기만 할 경우 화병이 여러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 스트레스 등으로 화가 발생하면 개개인이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방어하는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화를 잘 억제하거나 승화시키면 해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안, 우울, 공포 증상 등이 나타나게 된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거나, 응어리짐, 가슴 답답함 등도 증상의 중의 하나이다.
◆ 화병이 다른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라
지속적으로 분노의 감정을 느끼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고 카테콜라민 분비를 증가시켜 심장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술에 의존해 알코올 섭취로 인한 화병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화병의 원인이 가족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때는 가족치료, 부부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부모, 자녀 등 직계 가족 내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은 전문의의 치료가 꼭 필요한 병인데 이를 숨기다 더 큰 불행을 불러오는 것과 같다.
가족의 이해와 배려는 화병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어려운 시기에는 가족끼리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기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 직장을 찾고 있는 취업준비생 딸, 시부모님께 손주 육아를 부탁하는 워킹맘 며느리, 결혼하지 않은 자녀 앞에서는 말조심을 하는 게 좋다. 지금은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되새길 때이다.
출처 :
http://kormedi.com/132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