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한 여성이나 이를 시행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판결이 나와 66년 만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임신중단을 둘러싼 법제 정비가 이뤄지게 됐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의사낙태죄와 관련해선 “자기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되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을 결정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면서 “이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선고로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은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되고 그때까지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효력을 상실한다.
이에 국회에서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법 개정 작업이 한창이다. ‘의료인 낙태시술 거부권’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낙태죄 관련 법 개정은 종래에 비해 낙태를 합법화하는 범위가 확대될 것이 명백하다”면서 “특히 임신 초기 임부 요청이 있을 경우와 사회경제적 사유만으로 낙태가 허용되더라도 의료인들의 낙태 시술 거부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합법적인 연명의료의 보류 내지 중단에 대한 의료인의 거부권을 인정한 국내 입법례가 낙태죄 개정 법률에도 반영돼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없으면 합법적 낙태시술을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거부하는 의료인은 의료법 제15조 및 응급의료법 제6조 등의 위반으로 형사 처벌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도 의사의 진료 및 낙태시술 거부권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임부의 낙태에 대한 요청을 받은 의사가 신념과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해도 의료법 상 진료거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과 불가피하게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면서 “국가는 법률을 개정함에 있어 위기 임산부들의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든 낙태의 죄를 부활시켜 의사와 임산부를 처벌하려는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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