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감염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30대 홍콩인 남성이 4개월 반 만에 재감염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이달 스페인을 방문한 후 영국 런던을 거쳐 귀국했다. 두 지역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 남성의 사례는 전날 홍콩대 연구진이 “코로나19 완치자의 세계 첫 재감염 사례 기록”이라고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앞서 코로나19 재감염 사례는 이탈리아,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하지만 홍콩대는 앞선 사례들은 “재감염 추정 사례”이지만 이번 사례는 “엄격한 검사를 거쳐 확인된 첫 재감염 사례”라고 주장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이 남성은 평소 건강 체질이었으며, 재감염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무증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남성의 첫 번째 감염과 재감염의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NOS 방송은 홍콩에 이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도 재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학자 마리온 코프만스는 네덜란드의 재감염 환자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었다고 밝혔다. 코프만스는 홍콩과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나타난 재감염 사례의 경우 1차 감염과 2차 감염에서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났는지 확인하는 염색체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감염 사례는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면서 재감염 자체보다는 재감염 빈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집단면역과 백신으로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완치자에게 형성된 항체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 결국 재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홍콩대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재감염이 확인된 것은 백신이 코로나19에 대한 ‘평생 면역’을 제공하지 않으며, 집단면역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감염된 남성이 현재는 무증상이지만 다른 환자의 경우는 훨씬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재감염 환자들도 백신 연구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된 뒤 첫 번째 감염 당시보다 더 심한 증세를 겪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현지 의료진들은 첫 번째 감염으로 생긴 항체가 인체 보호 기능을 수행하기는커녕 더 심한 증상의 재감염을 활성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론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게재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두 달 만에 재감염됐으며 가슴 통증 등을 호소했다. 벨기에 바이러스학자 마르크 반 란스트도 벨기에에서 재감염 판정을 받은 환자가 가벼운 증상을 보였다면서도 1차 감염에서 형성된 항체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2차 감염을 예방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사례가 드문 것인지, 아니면 약 6~7개월 뒤 더 많은 재감염 사례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감염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WP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이 재감염에서 무증상을 보였다는 것은 비록 재감염을 막지는 못했다고 해도 그의 면역체계가 작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일대 면역학자 아키코 이와사키는 트위터에서 이 홍콩 남성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사례는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6Q9ATZ4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