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지 한 달 넘었고 코 하면서 앞트도 같이 했는데 눈이 몰리고 조화가 다 깨져서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됐어
눈 따로 코 따로 보면 괜찮을지 몰라도 크기와 배치는 다른 얘기잖아 모든 것엔 조화가 있는데 그게 깨지면 못생김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 생겨
어렴풋이 인간을 닮은 로봇에게서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가 거울 속 날 볼때마다 느껴져
난 내 얼굴을 싫어할지언정 불쾌하고 소름끼친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인간이 아닌 것과 마주하는 느낌이야 인공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어설프게 인간을 따라한 것 같아 근데 인간이 절대로 아니야
왜냐하면 눈과 코 모두 자연스러워 내가 극극자연을 추구했고 쌍수 했을 당시 다들 내가 쌍커풀이 살 빠지면서 생긴 줄 알았으니까 난 그런 미감을 가져서 더 오만했던 것 같아 자연스럽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화가 깨지니까 눈코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간에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후회는 언제 하던 늦더라 난 돌이킬 수 없겠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야 둥글둥글하고 말랑거렸던 내 얼굴이 결코 미형은 아니래도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한 얼굴이었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부모님도 날 피해 빈말로도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날 빤히 쳐다보다가 그대로 고개 돌려 꼭 낯선 사람 같대 차라리 이상하다거나 한숨이라도 쉬면 이런 감정은 안 느낄텐데 하루에도 몇 번씩 아주 낯선 걸 보듯이 날 관찰하다가 피해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마저 나는 내가 아니게 됐어
내가 날 죽여버린 느낌이야 어디에도 나는 없고 그저 그 이름으로 끔찍한 인두껍을 뒤집어쓴 채 나인척 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