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수술 후 급성 염증으로 실리콘 제거 이후에 구축이 심하게 와서 찝힌코, 심하게 들린코로 고생하다가 3월 말에 재수술을 했어
수술이 끝난 직후에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았어
누가 봐도 대 성공이었거든
엄청 나게 들렸던 코는 내리기도 많이 내리고 높이도 충분하게 나왔고, 찝혔던 부분이 어디었나 싶을 정도로 피부 이식도 성공적이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술은 결국 실패했어
절개 부위에서 진물이 멈추질 않았고, 수술해주신 원장님은 최선을 다해서 대처해주셨지만(절개 부위를 통한 세척 2회, 개방 후 오염이 의심되는 부분 제거 2회, 매일 통원하면서 항생제, 각종 영양제 정맥주사로 투여 등) 수술 후 한 달 이 지나서 결국 대부분의 연골을 제거하면서 코모양은 또 다시 좋지 않게 변해버렸어
찝혔던 자국은 다시 생겼고, 이식헀던 자가늑을 대부분 제거하면서 코끝에 패인 자국이 2군데 정도 생겨났고, 비주는 계속된 절개로 인해 함몰되어버렸고, 반복된 수술에 피부는 얇아져서 연골이랑 보형물 비침도 꽤나 심한 상태야
현재는 재수술을 위해 콧대에 자리 잡은 인공진피는 남겨두고 코끝에 이식했던 연골은 극히 일부만 남기고 제거한 상태야
두 달 전만 해도 행복에 날아갈 것 같았는데, 나는 또 다시 6개월을 버티면서 재수술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돌아와버렸어
수술해주신 원장님께서 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애를 많이 쓰셨는데(세척을 하면서 확인해본 소견으로는 감염으로 인한 염증은 아니라고 하셨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서 자가면역계 질환이라는 소견을 내리셨고, 이를 정확히 하기 위해 여러가지 검사도 진행했었어
그럼에도 뚜렷하게 걸리는 게 없었고, 수술 후에 구내염 및 편도염이 심해진 것에서 베체트병이라는 자가면역계 질환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고, 후에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베체트병의 증상과 일치하는 면이 많더라
추후에 방문한 류마티스내과(자가면역계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 베체트병 확진까지 받고 나니까 참 여러가지 감정이 몰려오더라
듣도 보도 못 한 희귀병에 걸린 것도 서러운데 이 병에 의해 코 모양도 망가졌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는 가뜩이나 서러운 내가 전부 감당해야할 몫이고...
베체트병의 주된 증상이 몸 곳곳에(특히 점막이 있는 부분에 주로 발생) 염증이 생기는 거라 추후에 받을(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도 않지만) 재수술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이기까지 해
6개월을 버티고 다시 수술을 받으면 멀쩡했던 코 모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과 어쩌면 수술을 시도하는 것도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면서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 상황이야
주변에서 다들 너무 걱정하고 속상해해서 괜찮은 척, 긍정적인 척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가끔씩 너무 울적해질 때가 있어서 대나무 숲이라 생각하고 글 써봤어
[@ㅠ배고파] 수술해준 원장님은 최선을 다해주셨다고 생각될 만큼 어떻게든 코 모양 살려보려고 노력하신 게 눈에 보여서 원망같은 건 1도 없어
수술하고 두 달이 지났는데도 매주 예후 봐주실 정도로 여전히 신경 쓰고 있는 게 눈에 보이거든
원망하려면 하늘을 원망할 일이지만 하늘은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없잖아
가끔 내가 처한 상황에 너무 울적해져서 누군가한테 책임전가라도 하고 싶을 땐 여태 베체트병 증상으로 숱하게 다닌 병원에서는 왜 단 한 명도 베체트병인 걸 못 알아봤을까 하는 생각 정도 하면서 버티고 있어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는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이제는 원인을 알았으니 결과를 더 잘 조정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자
다음 재수술에는 그냥 욕심보다는 재건 자연스러움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너무 슬퍼하고 있지만 말고 혹시나 혐오한다거나 스스로 그 병 떄문에 자신을 미워 하고 있지도 말고 너의 청춘을 응원해주자 !
매일 일기처럼 블로그에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싶어. 분명 희귀병인만큼 각자 외롭게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있을텐데 함께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예사도 덜 외롭고 서로 정보 공유도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어… 아마 겪지 못한 내가 어설픈 위로를 해주는 것보다 훨씬 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도움이 되리라 믿어서 조심스레 권해봐. 아마 네이버 카페에 같은 질환 앓는 분들끼리 모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