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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 수술 하고 온 후기
롤럴
작성 20.03.21 16:06:49 조회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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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사진보다는 첫 코 수술 예정이신 분들을 위해 제가 경험한 건 어떤식으로 진행됐는지 자세히 남길게요. 실제로 수술하러 가면 이렇다 하는 느낌으로?
어차피 오늘 한거라 사진은 아직 의미없으니 안 올립니다
수술한 김에 개인적인 기록으로도 남길겸 말투는 편하게 썼어요





병원가서 일단 수술 동의서에 서명함.

싸인 다 한 다음 옷갈아입고 세안함.
옷은 팬티빼고 다 벗은다음 환자복으로 갈아 입음. 악세서리 다 빼야하고 이 때부터 폰 소지 안됨.
세안하면서 왠지 모르겠는데 입안도 소독함. 가글액 같은거 있으니 그걸로 가글하고 나오라고 함. 짠맛남.
환복과 세안 후엔 사진촬영.

사진 찍고나면 안으로 들어가서 회복실 같은 곳 푹신한 의자에 앉아 대기하다가 수술실로 들어간다. 들어 가면 종이테이프같은걸로 머리카락 싹 숨겨서 고정 시켜줌. 그리고 코털제거함. 코안에 뭘 바르고 가위로 잘라줌. 뭐라 설명하긴 어려운데 남한테 콧구멍 안을 맡기는게 약간 수치스러웠음. 그리고 링거바늘 꼽음. 동네 병원에서 수액맞을땐 잘 꼽아줬었는데.. 여기서는 라인 잘 못잡아서 혈관 한번 터지고 다른데 다시 꼽음ㅠㅠ 라인 잡고 있을때 발등에 항생제 주사 테스트 했는데 솔직히 링거바늘 들어가는게 아파서 발등은 아픈지 잘몰랐음.

이 상태로 원장님 오길 기다림. 근데 한 이십분? 삼십분? 기다린듯. 뭐 때문인진 몰라도 늦게옴. 나중에 와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함. 도중에 큰 수술방으로 한 번 옮기고 누워서 계속 기다림.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서.. 오래 누워 있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 차라리 그냥 좀 빨리 했으면 좋겠고, 지루해지고, 망함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희석되면서 한 편으로는 앞으로 나에게 어떤 아픔이 있을까 싶어서 초조해짐ㅋㅋㅋ 그러면서 계속 든 생각이ㅋㅋㅋㅋㅋ 상황과는 맞지 않지만ㅋㅋ 사랑보다는 사랑의 예감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말이었음ㅋㅋㅋㅋㅋㅋㅋ 수술보다 수술의 예감이 사람을 쫄게 함.

여튼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원장님이 와서 디자인을 하면서 코 모양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 함.
나는 보형물 넣을지 말지, 늑 쓸지 말지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여서 그 부분에 대해 원장님과 충분히 상의함. 결국 열어보고 원장 재량껏 결정해서 넣기로 함. 그리고 상담땐 콧볼축소 안해도 된다고 확언하더니 이때 갑자기 내가 원하는 모양 내려면 해야된다고 함ㅅㅂ 장난하나
그러면서 면봉으로 눈 앞선이랑 콧볼 대보더니 이번에는 또 콧볼이 눈 앞머리 안 넘는다고 꼭 안해도 된다고 애매하게 중언부언.. 그래서 일단 안한다고 함. 수술 해보고 아쉬우면 담에 하겠다고. 그래도 이때 내가 생각할 시간 충분히 주고 내가 원하는게 뭔지 어필할 시간도 줘서 그건 좋았음. 그게 반영이 잘 됐는진 모양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디자인 끝내고 나서 누워서 얼굴 소독함. 옷을 거의 어깨까지 내리고 얼굴 전체, 귀까지 소독약을 그득그득 바름. 당연히 차갑고 기분좋지않음. 코랑 입에 소독약 들어가도 그냥 삼키라고 함. 입엔 안들어갔는데 코에 좀 들어가니까 매웠음. 약간 쿨럭거림. 코 안도 면봉같은 뭔가를 넣어서 구석구석 소독함. 냄새 별로였음. 이 상태로 머리 좀 더 꽁꽁 싸매고 수술대에 팔다리 고정시킴. 자다가 움직일까봐 고정시킨다고 말해줌. 입 위에 거즈같은걸 올려두고 양쪽 눈에도 뭔갈 붙임. 그러니까 눈을 떠도 앞이 제대로 안보이고 수술실 불빛만 시야에 둥그렇게 어룽어룽 맺힘. 눈앞이 매우 아련해지는 느낌..? 그리고 내 몸위에 무언가를 막 덮음. 린넨을 쌓듯이 겹겹이  올려서 뭔가에 꽁꽁 감싸인 기분이 됨. 그 위로 수술 도구같은걸 세팅하는지 뭔가 올려놓는 느낌이 들었음. 이 때 진짜 곧 수술하는구나 싶고 나는 꼼짝도 못하고 있으니 수술중 각성 이런 생각 많이 들고 개무서움. 수술하다가 조금이라도 정신들면 다시 재워달라고 징징거려야겠다 다짐함.

강보에 싸인 갓난애기같은 기분이 되어서 그러고 있으니 원장 들어옴. 난 안보였지만 목소리로 알 수 있었음. 누군가가 약 넣을까요? 라고 물어보고.. 넣으라고 함. 나한테 이제 잠 올거라고 말해줌. 내가 잠들길 기다리면서 자기들끼리 무슨 잡담을 했음. 간호사들이 원장한테 혈액형 뭐냐고 물어봐서 뭐일것 같냐 이런 소리 함. O형인가? 에이 O형은 아니지. 이런거. 의료인들이 혈액형별 성격론을 믿다니 참 비과학적이라 생각했지만 본인들끼리의 사회활동이려니 했음. 나는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고 이 때 얼굴에 거즈를 올리는 느낌이 들었음. 나는 아 미친 왜 안 잠들지?? 아직 뭐 하면 안되는데??? 싶었음. 나한테 졸리세요?라고 물어봤는데 최선을 다해 멀쩡한척 안 졸려요. 라고 또박또박 말함.(실제로 어떻게 들렸을진 모름) 혹시라도 내가 의식이 있는데 뭔갈 할까봐 개쫄았음.. 이제 좀 있으면 잠 올거라고 함.

잠에 드는 과정은 좀 이상했음. 몽롱하게 내가 어딘가 다른 세계로 떠나는 느낌. 눈 앞에 불빛같은게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아 여기가 어디조.. 모르겟어요... 뉴욕인가.. 뉴욕 가보고 싶었는데..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수영장은 없나요 여기.. 이런식의 뜬금없는 의식의 흐름이 지속됨. 수술대 위 불을 켜면 시야가 오렌지 빛이 되는데 나는 오렌지빛의 푹신푹신한 통로 같은데로 끊임없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음. 그렇게 잠들고 깼더니 수술 끝나있었음. 앞도 안보이는 상태로 제일 먼저 실리콘이랑 늑연골 썼냐부터 물어봤고 아마도 원장님이 대답해준 것 같음. 근데 이때 비몽사몽간에 안 물어봤으면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을듯.. 나중에 그 누구도 수술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주지 않음. 그냥 이후에 퇴원수속할때 늑 썼으니까 돈 더내라고만 했을뿐ㅋㅋ 그리고 일어나서 부축받으며 회복실로 감. 정신없는 와중에 수술 잘 됐냐고 물어봤던 것 같음. 회복실로 데려다준 사람이 자면 안된다고 하고 갔음. 너무나 자고싶었지만 집에 빨리 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정신차리려 노력함. 앉아있으니 곧 정신이 또랑또랑해짐. 목이 너무 말라서 죽을것 같았음. 인생 최고의 갈증.

그러고 있다가 가서 옷갈아입으라 해서 옷갈아입고 나옴. 아무도 나에게 어떤 안내도 해주지 않아서 그냥 데스크에 다가가니까 이름이 어케되냐 물어봐서 대답함. 퇴원 수속 해줄테니 기다리라함.

앉아서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 상담 접수도해주고 다른 사람 퇴원 수속 다 밟는데 나만 안해줌ㅅㅂ 나 까먹은건지? 좀 짜증난채로 데스크 가서 오래 기다려야되냐고 했더니 그때서야 다음 방문 날짜 잡아주고 추가 수납 받고 퇴원 안내해줌. 이 안내는 친절하게 해줬음. 약이랑 아이스팩이랑 안내문 받아서 택시타고 집에 옴.

집에 오는길에 코 안에 들어있는 솜 때문에 너무 답답해서 과연 이대로 어떻게 이틀을 살것인가 낙담함. 마취가 덜풀려서 윗쪽 앞니가 얼얼하고 약간 아픈 듯한 느낌도 났음. 숨 쉬기가 너무 힘들고 가만히만 있어도 입안이 쩍쩍 마름. 제발 눈감았다 뜨면 이틀 뚝딱 지나게 해주세요 종교도 없는데 보이지 않는 초월자같은 존재한테 빌게됨. 아플까봐 무서워서 집에 오자마자 타이레놀 두알 털어먹고.. 병원에서 준 약을 먹어야겠으니 미리 쪄놓은 단호박 한조각 먹음. 태어나서 먹은것중 가장 아무 맛 안나는 음식이었음. 입이 말라서 삼키기도 힘들었고.. 단호박 한조각 꾸역꾸역 먹은다음 약먹고 미리 사놓은 붓기빼는 차 마시고 이거 쓰는 중.

사실 코가 막힌게 불편하지 아프지는 않아서 극한의 비염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함. 코안에서 피는 계속 야금야금 흐름. 지금 거즈 살짝 들어서 거울봤는데 콧볼축소 안한거 실수인가 싶음....... 생각보다 콧볼이 큼.. 붓기때문일까..? 수술대 한 번 더 눕게 될것같음 아무래도.. 나중엔 모르겠지만 지금 기분상으로는 그러함.. 어쨌든 수술 잘됐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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