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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뉴스] 인간의 시간을 관리하는 자연의 독, 시장이 되다

보톡스
[246EA]
작성일 25-12-31 12:20:07
조회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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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전의 실마리를 찾는다. 공중보건의로 섬 지역에서 근무하던 시절, 바로 옆 섬에서 젊은 주민이 복어를 먹고 급성중독으로 실려 온 일이 있었다. 응급 행정선과 구급 헬기를 요청했지만, 기상 악화로 구조는 지연됐고 결국 환자는 선착장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복어 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의사로서 각인된 경험이었다.

그런 치명적인 독에서 추출한 물질이 오늘날 가장 강력한 안티에이징(항노화)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정말 아이러니하다. 흔히 보톡스(미국 엘러간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품명으로, 일반명사처럼 쓰임)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에 관한 이야기다.

보톡스는 근육의 신호 전달을 일시 차단하는 물질로, 눈떨림 같은 불수의적 근육수축 치료용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표정근의 움직임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름을 완화할 수 있어서 미용 목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적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졌다. 이마와 미간 주름은 물론, 코 주변 모공 개선, 턱선 교정, 목주름 같은 다양한 부위로 시술 영역이 확장됐다.

한때 보톡스의 주 고객층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대면 비즈니스가 많은 일을 하는 남성도 자연스럽게 주요 수요층으로 편입되고 있다.

과거 보톡스 시술은 얼굴과 목주름, 턱선 교정 등 일부분에 국한됐지만, 최근 들어 ‘생활 미용’까지 파고들고 있다. 종아리·승모근 라인 관리 같은 체형 보정 수요가 늘었고 물광주사와 함께 피부 광채를 높이는 시술도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했다. 산업적 관점에서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상품’으로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보톡스는 글로벌 미용·헬스케어 시장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높은 성장 속에서도 보톡스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 그중 하나는 시술 시 통증이다. 보톡스는 약산성으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조직 환경(pH 7.0~7.4)과 약간 차이가 있다. 그 결과 주입 시 세포와 신경이 자극받아 통증이 나타난다. 이때 통증은 마취 크림을 사용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내성(항체 형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서는 반복시술이 많은 편인데 내성 문제는 특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실제로 시술 간격이 짧고 보디 보톡스 시술 때 과도한 용량을 사용하거나 면역반응이 강한 경우, 내성 발생 위험이커진다. 의료계에선 감기에 걸려 면역이 활성화한 상태에서 내성이 잘 생긴다는 추정도 제기된다. 또 약품에 복합단백질이 포함되면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이런 문제 때문에 내성을 극복하고 위험을 최소화할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도 연구 성과를 속속 내놓으며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다.

만약 필자에게 안티에이징 솔루션을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비용 효율성과 효과를 고려해 보톡스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시술 시간이 짧은 데 비해 개선 효과가 분명하고,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다만 ‘약간의 통증’은 여전히 기술적 한계로 남아 있다. 그런 면에서 통증은 젊어 보이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자연의 독에서 시작된 기술이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이 다시 사람의 시간을 관리하는 시대다. 의학과 경제는 종종 이런 예기치 않은 지점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출처 -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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