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난 트랜스젠더야
태어난 대로 살아보려고 애써봤어
내 정체성을 알면서도 부정했어
내가 트젠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나 자체가 스스로 너무 싫어
포기하고 살다가 나이 이십대중반에 이제서야 겨우 트랜지션 시작했어
후회돼 내 마음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일걸 애써 무시하지 말걸
가족이라는 존재의 평화를 지키려고 일반인인 척 살아왔어
이제서야 용기내서 나를 찾아가는데 부모님은 내가 이기적이래
난 지금껏 부모를 위해 살아왔는데
요즘은 부모님이랑 말을 아예 안해 대화 자체가 없어
가정형편 때문에 미뤄온것도 있었어 트랜지션을
수술비만 천 넘게 들어가니..
부모님은 지원을 안해준다 하셨어 수술비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우울증에 공황장애로 정신과 다니면서 꾸역꾸역 알바하고 있어
수술비 모으려고..
그런데 부모님은 내가 노력을 안한대
우울해하는거 아무것도 못하는거
무너진 정신상태를 내 마음대로 추스릴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건지
그게 안된다고 약을 먹어도 안돼
또 이렇게 낳아줬다고 부모 원망하는 거냬
솔직히 어떻게 원망안할 수 있겠어
그치만 내색 안했는데..낳고 키워준 부모님이라지만 정 떨어져
평소 목소리도 작고 말 안하던 내가 넌 노력을 안해라는 말에 소리까지 질렀어 내가 지금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아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데 뭘 노력 안하냐고
자해도 여러 번 했어 술마시고 팔 손목 여기저기 다 그어도 보고
그래도 나아지는건 없더라 그렇다고 안하면 더 죽을것 같으니깐 화가 나도 누굴 원망할수도 없으니까
요즘은 살도 빠졌어 172에 53이었는데 이젠 49까지 내려갔네
그치만 부모님은 내가 말라죽든 말든 관심도 없겠지
죽고싶은데 죽을 의지도 사라졌어 무기력해
화가 나고 슬퍼 그냥 우울하다는 표현밖에 안돼
이런 현실을 아직도 못 받아들이겠어
너무 힘들어
그래 다들 힘들겠지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
그렇지만 나같은 사람의 삶을 그 힘듦을 일반인들은 알 수 없잖아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해 화장실 쓸 때조차 사람들이 쳐다봐
길거릴 지나가면 가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려
쟤 남자냐 여자냐 그런 말들
밖에 나가는게 싫어
호르몬 치료를 일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너무 변화도 없어
이젠 지쳤어 다 그만두고 싶어 다만 죽을 용기가 없을뿐
삶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있겠지 그래도 내일 죽는다 해도 슬프진 않을거야 담담하겠지
지금 발버둥치고 성별정정하려고 남들 눈에 나랑 일치하는 성별로 보이려 하는게, 수술하는게 의미없고 부질없게 느껴져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삶을 살자니 너무 버거워
세상이 너무 험해 이 세상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싶을까
불확실하고 아무것도 없는 미래가 두려워
정정 후의 삶도 대학 복학도 두려워 회피하고 싶어
그렇지만 내가 숨을 곳은 없다는걸 알기에 시간이 흘러갈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있어
정정을 해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실제로도 그럴거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날 정신병자 취급할거야
하지만 이건 내가 선택할수 없는걸
선택할 수 있는 거라면 이 길로 오지 않았겠지
겉으로 괜찮은 척 가면 쓰는 것도 이젠 지쳤어
다 그만두고 싶어
가족이라는 허울 속의 생활도
사회가 내게 부여한 성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도
내 삶 자체도 모두 다
그냥 쉬고 싶어
어쩌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