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만큼이나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체국 여직원 정혜. 고양이와 발장난 하며 베란다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는 시간이, 정혜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정혜에게 어린 시절이란, 한 손엔 연필과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엄마의 조용한 모습과 어린 정혜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기억의 편린들일 뿐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래도 기억이 삶을 엄습함을 느낄 때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여자 정혜에게, 마음을 흔드는 사랑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