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국내 불면증 환자의 수면제 사용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 공동 연구팀은 전국 814만여명의 불면증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팬데믹 기간 전체 연령대에서 수면제 처방량이 기존 예측치를 웃돌았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여성과 70세 이상 고령층은 절대 처방량이 많았고 18~29세 젊은 성인층은 예측치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커 팬데믹이 젊은층의 수면제 사용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줬다.
불면증은 성인 10명 중 3~5명이 평생 한번쯤 겪을 정도로 흔한 수면 장애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는 증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우울·불안 같은 정신건강 악화는 물론 신체 질환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팬데믹 시기 수면제 사용이 늘었다는 연구들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팬데믹 이전 처방 추세를 기반으로 예측치와 실제 처방량을 비교한 대규모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는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신애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공동으로 이끌었다. 공동 제1저자로는 신지윤 서울시보라매병원 교수와 전소연 서울의대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8세 이상 불면증 환자 813만6437명(여성 60.4%)의 수면제 처방 추세를 추적했다.
분석 대상은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4가지 계통의 약물(벤조디아제핀, 비벤조디아제핀, 저용량 항우울제, 저용량 항정신병약물)이었다. 연구팀은 2010~2019년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팬데믹 기간(2020~2021년) 실제 처방량과 비교했다. 이후 성별·연령대·약물 계통별로 처방량과 처방 환자 수를 세분화했다.
그 결과, 2010년 약 1050만건이었던 전체 수면제 처방은 2020년 약 3850만건, 2021년 약 4120만건, 2022년 약 4240만건으로 늘어나 12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일관되게 처방량이 많았으며 70세 이상 고령층도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팬데믹 기간에는 전 연령대에서 예측치를 웃돌았고 특히 2021년 18~29세에서는 모든 약물 계통에서 예측치를 가장 크게 초과했다.
약물별로 보면 가장 많이 쓰인 수면제는 졸피뎀이었고 그 다음이 알프라졸람과 트라조돈이었다. 계통(작용기전)별로는 졸피뎀을 포함한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가장 많이 처방됐다. 이어 효과가 중간 정도 지속되는 벤조디아제핀, 적은 용량으로 수면에 활용되는 항우울제, 오래 지속되는 벤조디아제핀 순으로 나타났다. 졸피뎀과 벤조디아제핀을 함께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팬데믹 초기에 저용량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 처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9년 대비 2020년 상반기 저용량 항우울제 처방은 남성 38.6%(151만건), 여성 37.1%(231만건) 늘었다. 같은 기간 저용량 항정신병약물은 남성 28.9%(45만건), 여성 25.7%(56만건) 증가했다. 두 계열 약물 모두 2021년에도 여전히 2019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졸피뎀 등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증가폭은 가장 작아 예측치와 실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 교수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수면제 처방량은 꾸준히 늘어났고 여성과 고령층에서 절대 처방량이 많았다”며 “팬데믹 기간에는 저용량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 처방이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고 특히 18~29세 젊은층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진 만큼 해당 계층을 중심으로 약물의 안전한 사용과 부작용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49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