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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건강관리에 잠시 소홀했다면, 다시 추슬러보는 당뇨인의 식사법

가랑비에
작성 23.06.17 22:05:47 조회 64

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⑱ 3년 차 당뇨인의 한상차림과 식사법

 
당뇨인 3년 차에 응급실을 찾게 됐다. 보름간 3곳의 해외 출장이 준 피로감과 스트레스, 자연스레 느슨해진 식단 그리고 약간의 음주가 신경합병증으로 이어졌던 모양이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말초 혈관까지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말초신경이 손상되면서 피부가 가렵고 건조해지는 등의 신경합병증이 나타난다. 나 역시 혈당 수치가 치솟으면서 두 다리에 극심한 간지러움이 발현돼 새벽녘 혼자 응급실을 찾았다. 
 
높아진 혈당 수치에 비교하면 내가 평소 먹던 약은 너무 미미한 효과를 내는 상태였다. 인슐린 투약이 아닌 약으로 당뇨병을 관리해온 2형 당뇨인으로서 가장 위험한 고비였다. 결국, 의사의 권유로 며칠 후 외래 진료를 다시 받게 됐다. 지난해 연말 검진 이후로 5개월 만에 찾은 병원 진료 결과는 당화혈색소 13%, 공복 혈당 수치 319㎎/dl을 찍었다. 정상인의 수치는 보통 당화혈색소 6.5% 미만, 공복 혈당 수치는 80~110㎎/dl이다. 

급한 불은 인슐린을 투약하며 끄기로 하고 매일 한 번 맞는 기저 인슐린과 식사 15분 전마다 맞는 초속효성 인슐린 두 가지를 처방받았다. 루틴도 다시 만들었다. 철저한 당뇨 식단과 연속 혈당 측정이라는 강도 높은 관리를 3주간 실행했다. 또 밤 10시면 어김없이 침대에 누웠다. 당뇨는 부자병이라는 옛 어르신들의 우스갯소리를 떠올리면서.

강도 높은 관리 중에서도 핵심은 역시 식단이었다. 먼저 혈당 지수(GI: Glycemic Index)가 낮은 제철 채소와 과일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냉장고를 채웠고 조리법은 저탄과 저염으로 바꿨다. 특히 저염은 당 섭취를 줄이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국에서 국물 섭취를 줄이고 김치와 찌개, 가공식품의 섭취를 낮춰 싱거운 음식들이 익숙해지도록 입맛을 변화시켰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되 ‘먹는 순서’에도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식전에는 GI 지수가 낮은 ‘양배추 샐러드’를 주로 먹었다. 양배추는 미리 채 썰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끼니마다 채 썬 양배추 위에 미소생강드레싱(시판)을 약간만 더해 애피타이저로 먹었다. 혈당 지수(GI)가 낮은 콜라비나 양배추의 식이섬유는 당뇨병 환자의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게다가 양배추는 고기나 곡물과도 궁합이 좋다. 쌈을 싸 먹거나 돌돌 말아 토마토소스에 익혀 별미로 즐길 수 있다. 샐러드 대신 먹어도 좋을 식전 애피타이저로는 그릭요거트도 있다. GI 지수가 낮은 블루베리 10알을 그릭요거트와 함께 먹었다.
 
혈당 수치 내려주는 ‘비네거 워터’ 역시 식전에 마셔줬다. 천연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인 초모(醋母)를 함유한 식초를 미온수에 타서 식전에 마셨다. 식초에 포함된 아세트산이 체내 혈당 수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산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식사 중간과 식후에 마시면 된다. 보통 1컵의 물에 1큰술의 초를 타서 마신다. 
 
식사를 할 때는 ‘채소-단백질-지방-탄수화물-과일 약간’의 순서를 지켰다. 체내 소화・흡수가 느린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함으로써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방법이다. 포만감이 생겨 자연스레 탄수화물의 섭취도 줄일 수 있다. 식후 과일은 ‘약간’만 먹는 게이 중요하다. 과일의 과당이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GI 지수가 낮은 과일로는 블루베리, 딸기, 캔털루프 멜론(Cantaloupe Melon) 등이 있다. 그중 캔털루프 멜론은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베타카로틴이 일반 멜론보다 67배 많다. 또 열량이 적고 수분 함량이 높으며 혈당 지수(GI)가 3으로 낮다. 혈당 지수는 낮다고 해도 많이 먹을 수는 없다. 2~3조각 정도면 충분하다. 
 
당근에 비네거와 올리브유, 소금을 넣어 만든 당근 샐러드는 그대로 먹거나 호밀빵이나 통밀빵에 얹어 오픈 샌드위치로 먹어도 좋다. 사진 김혜준
당근에 비네거와 올리브유, 소금을 넣어 만든 당근 샐러드는 그대로 먹거나 호밀빵이나 통밀빵에 얹어 오픈 샌드위치로 먹어도 좋다. 사진 김혜준

식단을 구성할 때는 제철에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많이 활용했다. 맛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지만, 각각의 식감을 느끼는 재미가 있어 식사에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식단에 넣도록 노력했다. 후무스(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음식)나 채소 스틱을 활용하기도 했고, 당근에 비네거와 올리브유, 호박씨 등을 더해 당근 샐러드로 만들어 둔 다음 원하는 때에 호밀빵 또는 통밀빵에 얹어 오픈 샌드위치로 먹었다. 간을 할 때는 강한 맛의 소스 대신 들기름, 올리브유, 소금, 후추 정도만 넣었고, 맛을 더 살리고 싶을 때는 멸치나 고추지를 사용했다.
 
곡류는 늘보리압맥, 현미, 백미, 카무트를 섞었다. 특히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늘보리(겉껍질이 남아있는 상태의 보리)를 주로 먹었다. 그중에서도 늘보리를 수증기로 쪄서 납작하게 눌러 단단한 식감을 없애고 소화가 잘되도록 만든 늘보리 압맥을 사용했다. 찰기가 없어도 백미나 현미와 섞어 밥을 지으면 먹는 데 불편함이 없고 알알이 식감이 재미있다. 특히 밥을 지은 후 한 김 식혀 냉장고에 12시간 정도 보관한 후에 꺼내 데워 먹는 법도 추천한다. 밥의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두부, 낫토, 비지, 계란, 생선, 육류 등의 질 좋은 단백질원을 적절히 구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간식도 빠질 수 없다. 당뇨인은 쉽게 배고픔을 느끼기 때문에 간식을 중간중간 먹어줘야 한다. 간식으로는 치즈나 견과류를 추천하는데, 가공 치즈보다는 자연산 저염 치즈 2~3조각과 피스타치오,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를 가까이하면 좋다. 첨가물 없는 100% 피넛버터를 바른 바나나, 삶은 달걀, 오이, 토마토도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기특한 간식이다. 이렇게 3주의 시간을 보내고 검진을 받으니 당화혈색소 11%, 혈당 수치는 160㎎/dl로 떨어져 식사때마다 투여하던 초속효성 인슐린을 끊게 됐다. 현재는 당화혈색소 10% 이하, 혈당은 120~70㎎/dl을 유지하고 있다. 
 
당뇨라는 병은 현대인의 식생활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신호다. 반갑지 않은 질환임은 분명하지만, 응급실에 다녀온 날부터 3주의 관리를 돌이켜보니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슨했던 식생활을 개선함으로써 건강한 중・노년으로 가는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더 아끼고 보살피게 되는 계기로 당뇨병이라는 질환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더 긍정적인 삶의 방향성을 되찾게 되지 않을까. 
 
당뇨인을 위한 한상차림의 예시
양배추 샐러드, 비네거 워터
늘보리 현미밥
불린 미역 또는 표고를 넣은 콩비지국
콩잎 물김치, 죽순멸치미소무침, 노각무침
캔털루프 멜론

김혜준 푸드 콘텐트 디렉터 cooking@joongang.co.kr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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